늘상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강조하던 김영삼 전대통령은 인사에서 유난히 보안을 중히 여겼다.

그래서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거의 아무도 모르게 극비리에 선정작업이 진행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능력이나 도덕성이 사전에 철저히 검증되기 힘들었고, 일단 등용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꾸는 식의 인사가 잦을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단 며칠 아니면 몇달만에 경질되는 인물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문민정부 5년 동안 개각만 무려 25회나 단행됐다.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5년내내 재임했던 공보처장관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11.3개월에 불과했다 한다.

그리고 이런 잦은 인사는 결국 일관성 있는 정책의 수립이나 집행을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며칠에서 기껏해야 1~2개월 정도까지 최단기 장관직 재임을 기록한 인물은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도 심심찮게 나왔다.

그리고 이들 최단명 장관들은 하나같이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도덕성에 치명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엊그제 물러난 송자 전교육부장관도 그랬다. 취임 직후 자신의 이중국적 포기과정 및 부인과 두딸의 미국국적 유지가 도덕성 시비를 낳았고,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직할 당시 실권주를 회사지원금으로 취득했다가 16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긴 사실도 국민의 거부감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자타가 공인하는 경영학의 대가라는 그가 ‘외국서적을 거의 그대로 번역해 자신의 저서인양 했다’는 표절시비에까지 휘말렸다.

그러고도 “당시의 일반적 관행이었다” “법적인 하자는 없다”는 식의 해명은 어쩐지 군색하게만 들렸던 것이다.

이러니 결국 ‘인사가 만사 아닌 망사(亡事)’로된 씁쓸한 경험을 또 한번 겪은 셈이되고 말았다.

그나 저나 이런 일이 잦다보니, 가만 있었으면 남다른 존경과 명예라도 유지했을 이들이 괜히 망신만 당한 게 아닌가 싶어 딱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본인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민 모두에 깊은 상처만 남기는 꼴이다. 철저한 사전 검증은 이래서 더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朴 健 榮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