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천문학이 매우 뛰어났다는 사실은 엉뚱하게도 일본의 한 고분이 증명해 주었다. 지난 98년 3월 일본 나라현 아스카의 기토라 고분 천장에서 약 550개의 별이 그려진 그림이 발견됐다. 서기 7세기말~8세기초 고분에서 정교한 성좌가 드러나자 일본 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컴퓨터 분석 결과 이들 별자리가 서기전(BC) 3세기부터 서기 3세기 사이에 고구려의 수도 평양에서 관측된 밤하늘을 그려놓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고구려의 천문도가 당시 일본의 서울인 아스카의 고분 천장에까지 건너가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은 고구려인들의 별 관찰 능력이 그만큼 훌륭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고구려의 천문학은 고려에 계승되었다. 서기 4세기경 작성된 고구려 천문도의 석각(石刻)이 고려 멸망 때까지 평양 대동강변에 서 있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 석각본은 고려와 조선 왕조교체의 혼란기에 대동강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다행히 그 인본(印本)을 입수한 태조는 1395년 서둘러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천문도를 작성하게 하였다. 이것이 저 유명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다. 1천467개 별을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이 천문도는 14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보물로 평가된다. (전상운, 한국과학사)
 우리 선조들은 이미 선사시대부터 겸손하면서도 끈기있게 별을 관측하며 하늘의 뜻을 알아내기 위해 애썼다. 최근, 고구려시대 보다 훨씬 앞선 단군조선 때부터 별자리를 관찰해왔다는 증거도 밝혀졌다. 지난 78년 대청댐 수몰지구에서 발견된 돌판이 그것이다. 약 2천500년 전 청동기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돌판에는 크고 작은 구멍 65개가 새겨져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구멍이 북두칠성 북극성 작은곰자리 등 별자리를 새겨놓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별이 하늘의 뜻을 계시한다고 믿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때로 밤하늘 별자리를 올려다 보며 삶을 되돌아 보는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楊勳道(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