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월 2일 임진강에서 고기잡이 하던 한 청년이 미군 총에 맞아 크게 다쳤다. 나흘 뒤엔 파주에서 나무꾼 두 사람이 미군 총에 맞고 목숨을 잃는 등 그해 전반기만 해도 세간에 문제된 미군 만행이 4건이나 일어났다. 하지만 미군측은 한·미간 법적인 협정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격분했고 학생들은 미국과의 행정협정 체결을 촉구하며 데모를 벌였다.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1966년 한·미 양국사이에 13년간이나 끌어오던 행정협정(SOFA)이 마침내 체결됐다. 〈임영태 지음 ‘대한민국 50년사’에서〉
당시 미국으로선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쓴듯 생색께나 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작 내용을 보면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불평등 조약’일 뿐이었다. 중요한 것만 꼽아도 미군 범죄행위자에 대한 수사 및 재판권 포기, 환경오염 규제권 전무(全無)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 범죄가 줄어들 리 없었다. 1992년 미군 사병의 윤금이씨 살해사건, 몇달 전 밝혀진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나날이 늘고 있다. 물론 그사이 수차례 개정협상을 벌여 부분적으로 고쳐지긴 했다. 미군 범죄행위자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한국측에 넘겨준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수사권과 형이 확정되기 전의 신병관리권은 아직도 미군당국의 수중에 있다. 그야말로 ‘눈감고 아웅’하는 식이다. 환경오염 규제권 등 역시 그대로임은 물론이다.
며칠 전 워싱턴에서 또 개정협상이 열렸었다. 다행히 이번엔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고 전해진다. 즉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기를 기소시점으로 앞당기는데는 이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요구한 미군의 환경오염 규제나 동·식물 검역권 등엔 아예 묵묵부답이었다는 후문도 있다. 그런데도 미측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꽤나 생색을 냈다. 마치 이 정도면 만족해야할 것 아니냐는 듯이…. 언제까지 이런 식이어야만 하는지, 지치고 지친 중에서도 마음은 자꾸 조급해진다.<朴健榮(논설위원)>朴健榮(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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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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