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상만 돼도 보릿고개 고통을 모르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근근한 살림에 겨울과 봄을 나는 사이 식량은 이미 바닥나고, 오직 보리 여물기만 기다리며 주린 배를 달래야 했던 시절. 대부분 가난에 찌들었던 우리 국민에게 보리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최소한 가을수확 이전까지는 쌀 한톨 안섞인 꽁보리밥이나마 배불리 먹을 수 있어도 큰 복이었다. 그래서인지 제법 살만큼 됐다는 요즘도 그 때를 회상하듯 일부러 보리밥집을 찾는 이들이 꽤 많다.
보리는 벼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곡물중 하나다. 인류가 처음 보리를 경작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7000년경이라 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기원전 1500년경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보리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쌀과 함께 기본식량으로서 큰 몫을 차지했었다. 그러다 차츰 살림이 피고 식량소비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보리 소비가 크게 줄었다. 한때 쌀 다음의 식량작물로 재배면적이 80여만㏊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8만㏊에도 못미칠만큼 급격히 감소됐다.
최근 보리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다시 보리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보리엔 섬유질이 많아 변비 당뇨병 고혈압 등에 예방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 단백질 등의 영양이 쌀 보다도 우수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생산을 늘리자니 재배면적이 급감한데다 우리 고유의 토종씨앗마저 상당수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도리없이 중국 등에서 수입으로 급증하는 소비를 대충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다행이랄지,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토종씨앗들을 꽤 많이 되찾게 됐다 한다. `삼척보리' `이리보리'등 462가지 토종씨앗들을 일본 오카야마대학에서 성균관대학에 무상으로 기증했다는 것이다. 이들 씨앗은 지난해 타계한 보리의 대가 다카하시 류에이 박사가 1940년부터 47년간 한국 곳곳을 다니며 수집, 보존해 놓았던 것들이라 한다. 조금 잘 살게 됐다고 외면하다 잃었던 `귀중한 보배’를 오히려 남들이 찾아준 셈이다. 부끄럽게도. <朴健榮(논설위원)>朴健榮(논설위원)>
보리
입력 200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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