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탄천에는 동방삭(東方朔)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하나 전해진다. 동방삭이 하루는 어느 하천을 지나가다가 냇물에 숯을 씻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무얼 하고 있소?” “숯을 씻으면 희어진다고 해서요.” 동방삭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삼천갑자나 살았지만 숯을 희게 씻는다는 말은 처음이오.” 그러자 그 사람이 냉큼 일어나 동방삭을 덮쳤다. 그는 동방삭을 찾으려고 잠복근무 중이던 저승사자였던 것이다. 그 때부터 그 내를 `숯을 씻은 하천'[炭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언제 꾸며진 이야기인지 몰라도 동방삭을 이역만리까지 출장시켜 탄천의 물빛을 빗댄 익살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이 탄천변에 분당신도시가 완성된 것은 지난 96년말이다. 89년 이곳에 인구 42만 규모의 수도권 신도시를 만든다는 발표가 있기 전까지 이 일대는 `남단녹지'라고 불리던 자연녹지였다. 그 이전 남단녹지 주민들은 불만이 대단했다. 60년대말 서울시 철거민 이주지역으로 시작된 성남이 71년 광주대단지 사태 등 아픔을 겪으면서도 도회지꼴을 갖추어 가는 동안 남단녹지는 낙후된 농촌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겐 못내 못마땅했던 듯하다.
이제 남단녹지는 아파트숲 분당으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속상해 하는 주민들이 있다.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분당의 서쪽 판교 일대 주민들이다. 그들은 더욱 커진 상대적 박탈감이나 낙오의식을 감추지 않는다. 옛 광주군 낙생면(樂生面)의 중심지였던 판교는 예로부터 동서남북 교통로가 교차하는 요충지였다. 오늘날에도 경부고속도, 판교~구리 고속도, 분당~내곡 도시화고속도 등이 이중삼중으로 교차하지만 판교 일대는 아직도 `남단녹지'에 머물러 있다.
설왕설래를 거듭하던 판교개발이 `자족기능을 갖춘 벤처밸리'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검토해야 할 문제도 한둘이 아니다. `개발은 곧 발전'이라는 전설이 언제까지 힘을 쓸는지 알 수 없지만, 판교가 옛 지명처럼 즐거운 삶[樂生]이 이뤄지는 터전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楊勳道(논설위원)>楊勳道(논설위원)>
판교의 미래
입력 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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