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 소설 `1984'를 쓴 것은 1948년이었다. 오웰은 2차대전이 막 끝난 시점에서 암울한 미래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빅 브라더'가 폐쇄회로로 온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숨막히는 사회가 오웰이 본 미래였다. 오웰은 별 뜻 없이 48년을 뒤집어 `1984'라는 상징적 시점을 설정했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1984'를 84년 무렵을 예언한 책으로 떠받드는 분위기를 띄웠다. 그 결과 1984년이 도래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1984' 붐이 일었던 기억이 새롭다.
 영화팬들은 2001년 하면 대뜸 스탠리 큐브릭의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떠올릴 지 모르겠다. 지난 99년 타계 이후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이 지난해 국내개봉되면서 다시한번 화제를 모았던 큐브릭이 68년 완성한 작품이다. 오웰의 `1984'가 소설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전율이라면, 큐브릭의 `2001'은 영상미학으로 표현한 우주의 대서사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1'를 세계걸작영화 10선에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평론가들이 많다. 영화 속 아이디어와 이미지는 당시로선 획기적이고 충격적이었다. `푸른 다뉴브'의 멜로디에 맞춰 춤을 추는 우주선, 음성인식 능력은 물론 지능까지 갖추고 우주선의 승무원을 살해하기도 하는 통제컴퓨터 핼(HAL), 마침내 핼을 해체시킨 우주비행사 데이브가 통과하는 스타게이트 등은 뒤이어 쏟아진 우주 SF 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웰에게 `1984'가 상징이었듯 큐브릭에게도 `2001'은 단지 미래의 어느 날을 의미했다. 그러나 소설 `1984'는 다시 떴지만 `2001'은 대중적 재조명을 받지 못했다. 오늘날 할리우드 스펙터클에 길든 눈으로 볼 때는 늘어지고 지루한 `흘러간 명화'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영화가 이뤄낸 우주적 명상의 깊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미지의 우주공간을 항해하듯 조심스레 올 한해를 살아내야 할 입장에서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제목만으로도 자못 의미심장한 울림을 준다. <楊勳道(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