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은 은퇴한 제면(製麵)업자다. 그는 파리의 허름한 하숙집에서 빈털터리로 여생을 보내는 신세다. 하지만 그는 한 때 큰 부자였다.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식량이 부족한 상황을 이용해 한 재산 톡톡히 마련했던 것이다. 비극은 그가 자식을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는 데 있었다. 일찍이 아내를 잃은 그는 애지중지 기른 두 딸을 명문가에 시집보내기 위해 어렵게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그러나 사치와 허영과 시기로 가득찬 자매는 결혼 후에도 경쟁적으로 아버지에게 마지막 동전 한 푼까지 요구했다. 결국 자신의 은식기마저 팔아 딸들에게 주어버린 고리오 영감은 불도 때지 못한 하숙방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다.
 소설 `고리오 영감'은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정력적인 작가 발자크가 남긴 방대한 `인간희곡' 시리즈 90여편 중에서도 사실성과 인물의 심리묘사가 특히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지금으로부터 150년도 더 전에 파리의 어느 지붕 밑에서 발자크가 형상화한 인물인 고리오는 오늘날도 우리에게 재미와 공감을 준다. 자신의 인생과 모든 것을 자녀들에게 송두리째 바치고 이제는 고독과 무료함 속에 남은 생을 보내야 하는 `고리오 영감들'이 요즘도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경기도내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처럼 자신들의 건재를 과시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1년 동안 1천여개 경로당에 소속된 노인 4만여명이 자투리 땅 56만7천여평에 벼 콩 깨 고구마 배추 무 고추 따위를 심고 가꾸어 7억원의 소득을 올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수확한 농작물로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장애인시설을 도왔다고 한다. `돌 하나로 새 서너마리를 한꺼번에 잡은 격'이다. 올해는 더 늘어난 1천400여 경로당이 자투리땅 농사에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로한 몸을 이끌고 마지막까지 `부지런한 생활'과 `농사의 소중함'과 `더불어 사는 법'을 못난 후손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는 노인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