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전쟁광들이 아니다. 다만, 그래야 하기 때문에 행하고 있을 뿐이다.' 아르헨티나의 의대생 하나가 남미 각지를 여행하면서 다국적 자본과 대토지소유주들에 의해 끝없이 착취·희생되는 인디오와 남미민중들의 실상을 생생히 목격한다. `심장이 끓는 리얼리스트'였던 그는 피델 카스트로와 만나 `총을 든 의사'로서 쿠바혁명에 투신하기로 결심한다. 처절한 밀림의 전투를 통해 1959년 무능·부패한 쿠바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한 뒤 그는 카스트로에 이어 쿠바의 2인자가 되었으나 관료적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투쟁의 길로 나선다. 볼리비아로 건너가 무장단체를 이끌던 그는 67년 어느 시골마을에서 39세의 나이로 정부군의 총에 맞아 숨진다. 그가 바로 `남미민중의 영원한 친구' 체 게바라다.
자신을 굳이 감추지는 않았던 게바라와는 달리 눈과 입만 빼꼼한 복면차림의 한 무장항쟁지도자가 요즘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의 부사령관 마르코스다. 백인이며 프랑스유학을 했고 한때는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그에 관해 알려진 전부다. 본명, 출생지, 가족관계, 정확한 이력 등이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인터넷에 능숙해 정글 속에서도 전세계를 상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이른바 `언어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7년전인 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일에 맞추어 멕시코 치아파스주에서 무장봉기한 이들은 다국적 거대자본에 의해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원주민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마르코스가 이끄는 EZLN 부대가 지난 11일 수도 멕시코시티에 입성했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반군기지를 출발해 13개주를 돌며 평화대장정에 돌입한 지 보름만이다. 이번 장정은 지난해, 71년간에 걸친 일당독재를 선거로 무너뜨리고 집권한 비셴테 폭스 대통령과 EZLN 사이에 평화협정이 타결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들 인디오처럼 `결코 전쟁광이 아닌'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총까지 들 수밖에 없는 비극은 지구상 어디에서든지 막을 내리게 해야 한다. <楊勳道(논설위원)>楊勳道(논설위원)>
체의 친구들
입력 2001-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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