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은 무리중 한 마리가 곤경에 처할 경우 무리 전체가 그 한마리를 돕기위해 온힘을 합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동료 하나가 포경선 공격을 받게되면 근처 고래들이 몰려와 빙둘러 원을 그리며 그 고래를 감싸준다는 것이다. 또 포경선으로부터 작살을 맞은 고래가 도망치려할 땐 그 고래를 도와 밀어주거나 작살이 연결된 줄을 물어뜯기도 한다고 한다. 동료가 크게 다치거나 병이들어 중심을 못잡고 물밑에 가라앉으려 하면 무리들이 그 고래를 받쳐주며 계속 물위에 떠있도록 돕는다고도 한다. 이같은 동물사회의 이타적 행위는 비단 고래 뿐만 아니라 무리를 지어 공동체생활을 하는 동물들 사이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게 많은 생물학자들의 주장이다. 아마도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는 이기주의로는 결코 공동체사회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없음을 미물인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막아보자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미국의 딴죽으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최근 온실가스 방출을 규제하자는 ‘교토의정서’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당연히 세계 각국은 물론, 곳곳의 환경단체들이 크게 반발, 지구촌이 온통 들끓고 있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왜 이처럼 국제적 환경보호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나온 것일까.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미국은 세계 전체 탄산가스 방출량의 4분의 1(25%)을 뿜어내는 나라다. 따라서 교토협약에 따라 탄산가스 방출량을 줄인다면 그들의 이른바 굴뚝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단 한치의 손해도 용납않는 미국이 이를 묵과할 리 없다. 결국 미국은 남들이야 무어라 하든, 또 어떤 피해를 입든 철면피의 길을 택하기로 한 모양이다.
 목전의 이익과 지구의 미래를 서슴없이 바꾸는 오만과 이기. 미물이라는 고래 만큼의 공동체 의식도 찾기 어려운 그들에게 무슨 할 말이 더 있으랴. 격분하고 질타하는 것부터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