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하면 발음이 비슷한 중국 남제(南齊)의 괴짜 시인 공치규(孔稚圭)부
터 연상하지만 꽁치의 가장 그럴싸한 어원은 '공(孔)치'다. 속어를 어원적
으로 고증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 의하면
꽁치의 아가미 옆에 침을 놓은 듯한 작은 구멍(孔)이 있어 '공치'라고 불렀
고 된소리로 변해 '꽁치'가 됐다는 것이다. '꽁치'의 '치'는 물고기를 뜻하
는 접미사로 넓적한 물고기는 넙치, 날아다니는 물고기는 날치, 칼 같은 물
고기는 갈치(칼의 古語는 갈), 검은 물고기는 가물치 등이다. 사람으로 치
면 '그 치(그 사람)' '저 치(저 사람)'하는 3인칭대명사 '치(者, 物)'에 해
당하고 장사치, 갖바치, 반빗아치(부엌데기) 등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그 '치'와 동격이다. 성골, 진골, 귀족도 아닌 신라의 평민에 해당하고 인
도의 바이샤(일반 민중)나 수드라(천민, 노예)에 해당한다. 그래선가 삼
치, 갈치, 준치, 참치, 가물치 등 '치'자 돌림 물고기처럼 제삿상이나 차롓
상에도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섭씨 15도의 북태평양 냉수대에서 잘 잡히는 꽁치는 등쪽이 흑청
색, 배쪽이 은백색인 몸매부터 아름답다. 양턱이 부리처럼 삐죽 나와 침어
(針魚)과에 속하는 날렵한 체형에다 칼 모양으로 길어 추도어(秋刀魚), 가
을 물고기라 하여 추광어(秋光魚)라고도 불리는 꽁치는 값도 싸고 맛도 좋
다. 가장 맛있는 때가 바로 지금인 10월 11월이다. 고등어, 정어리, 참치
등 다른 등 푸른 생선이 그렇듯이 영양가도 만점이다. 단백가(蛋白價)가
96%에 이르고 붉은 살에는 빈혈과 갑상선에 좋다는 비타민 B가, 배 언저리
엔 철분이 많다. 불포화지방산도 높아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에도 좋
다.
 그런 꽁치를 못먹는다는 것은 아쉽고도 아쉽다. 지난 APEC 회담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 김대통령에게 남쿠릴 열도의 한·러 합작조업을 제안
했지만 파노프 주일 러시아 대사는 사할린이나 연해주 근해 등 대체어장 제
공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고 오늘과 내일 도쿄서 열리는 한·일 수
산 실무자 회담 역시 기대난(難)이기 때문이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