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각종 유적·유물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펄 등
이 당국의 무관심과 무문별한 개발로 훼손·오염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
다. 강화인삼 등 특산물의 명성도 점차 퇴색하는가 하면, 각종 규제에 묶
인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가고 있다. 이같은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법
을 모색하는 시리즈(13회)를 싣는다.〈편집자 註〉
1부:버려지는 귀중한 문화재들(작은 컷-상·중·하 중 상편)
주민 윤영현(65·선원면)씨는 강화외성(外城)을 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
다. 어렸을 때 바라보던 돈대(墩臺)의 모습은 죄다 사라지고 콘크리트로 뒤
덮은 건물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돈대를 연결하기 위해 쌓은 것이
강화외성인데 돈대의 돌을 빼다 제방을 쌓거나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선 무
슨 유적지 타령이냐”며 핏대를 올린다.
강화외성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적북돈(강화읍 대산리)에서 지돈(길상
면 초지리)까지 총 23㎞ 길이에 축조된 것. 외성을 포함해 강화도엔 용진
진, 화도돈대, 광성보, 용두돈대 등 조선(효종~숙종)시대에 설치한 포대가
54개에 달하지만 제대로 관리되는 곳은 광성보와 용두돈대 등 15개 정도
다. 〈관련기사 3면〉
이중 화도돈대(선원면 연리)의 경우 지난 2월 강화군이 돈대의 복원을 위
해 5천500만원을 들여 사유지를 매입했지만 지금까지 복원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도돈대 주위엔 물탱크와 닭장 등 가축을 사육하는 시설이 널
려 있어 도저히 역사 유적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화도돈대 인근 주민들은 “예전엔 이 곳에 큰 소나무와 돌다리가 있었는
데 모두 파헤쳐 없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윤씨 말에서 알 수 있듯 현재 강화읍에서 광성보까지 둘러 쌓았던 강화외
성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성벽이 있던 자리엔 지난해 5월 부분 개
통한 해안도로와 함께 주차장(9곳)과 휴게실이 들어서 관광객들을 맞고 있
는 실정. 성의 석축은 거의 없어진 상태며, 석렬은 간신히 형태만 유지한
채 잡목에 둘러싸여 있다.
관광지도에 표시된 선두보돈대는 흔적마저 사라진지 오래다. 무성한 잡목
에 뒤덮인데다 석축마저 무너져 내려 돌더미만 쌓여 있다. 적북돈의 경우
인공시설로 인해 원형을 추정할 수 없는 상태다. 이처럼 형태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돈대가 절반이 넘는다.
형체가 남아 있는 강화내성의 사정도 마찬가지. 강화성의 남문(南門)과
연결된 남산으로 10여m 올라가면 성벽이 흙과 잡목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산기슭엔 쓰러져 가는 움막집 마당에 산업폐기물과 생활쓰레기가 잔뜩 쌓
여 있다. 강화군이 지난해 남문에서 서문과 동문을 연결하는 '성 밟기' 행
사를 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불은면 덕성리의 광성보는 비교적 편의시설을 잘 갖춘 편이지만 속을 들
여다보면 얼마나 관리가 허술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시멘트로 보수한 처마
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루 옆문짝은 경첩이 떨어져 너덜대
고 있고, 문루(門樓)와 담장 사이엔 도시락과 음료수 병들이 널려 있다.
남문에서 1㎞ 가량 떨어진 강화읍 관청리의 고려궁지(宮址)는 더욱 가관
이다. 발굴하다가 만 뜰에는 폐비닐이 덮여있고, 발굴중에 나온 기와조각들
이 여기저기 나뒹군다.
관광객들은 “안내판 마저 없으면 궁궐터 라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라
며 혀를 차고 있다. <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