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선사시대 부터 근대까지의 각종 역사 유적·유물들이 산재한 '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몇몇 사찰이
나 유적지를 제외하곤 상당수 문화유산들이 원형을 잃고 훼손된 채 방치되
고 있다. 이 때문에 역사의 현장을 찾아 그 숨결을 느껴보려는 관광객들에
게도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
강화산성(사적 132호)은 당초 총 길이 7천122m, 높이 30m, 너비 4m로
현재 군청이 소재한 강화읍 일원에 축조됐다. 그러나 현재 내성으로 연결되
는 4대문 가운데 남문과 서문이 크게 망가진 채 방치되고 있다.
남문의 경우 남산 방면의 산중턱은 아예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다. 남문에
서 10여m 떨어져 있는 성벽은 흙으로 덮여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
다.
서문에서 시작되는 산성의 훼손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서문 하이츠빌라
앞 성벽 주위는 이미 개인의 경작지로 변해 고추·파 등 각종 농산물을 심
어 놓았다. 산중턱의 성벽도 남문의 사정과 비슷하다.
주민 김모(55·강화읍)씨는 “오래 전부터 성벽 주변에서 밭을 일궈왔
다”며 “성벽 주변 토지가 개인소유로 알고 있고, 당국에서 단속도 하지
않아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동도는 아예 행정당국의 문화재관리가 거의 미치지 않는 '사각지
대'다.
교동 읍성(邑城)의 경우 축조 당시 둘레가 430여m에 달했지만 현재 성
의 석축만 20여m 남아 있는 상태다. 읍성 남문 위에 있었다는 '유량루'는
1921년 폭풍우에 무너졌고, 이를 받치는 돌문 상부에는 폭 1m크기의 구멍
이 뚫린 채 수십년간 방치되고 있다.
주민 이의섭(75·교동면 읍내리)씨는 “교동도는 교통이 불편한데다 군사
보호시설이 많아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곳”이라며 “교동의 문화재에
대해선 별로 들은 얘기가 없다”고 털어 놓았다.
군부대 초소로 이용되는 택지돈대(길상면 선두리)는 석축과 석렬이 무너
지지 않도록 돌틈 사이를 시멘트로 보수해 원형을 훼손한 상태다.
강화에 설치된 돈대중에서 전망이 좋아 남단 개펄이 한눈에 보이는 본오
리돈대(화도면 사기리)의 경우 주말이면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몰릴 정도로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주변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쓰레기와 오
물이 널려 있다. 일부 관광객들이 취사를 하고 있는데도 단속의 손길은 미
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낮 12시께 돈대 입구에선 관광객 3명이
고기를 구어 먹고 있었다.
◇형식적인 문화재 관리
대표적인 사례로 '고려궁지'가 꼽힌다. 입구에 승용차 10여대를 간신히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부터 관광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해마
다 수만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역사의 현장을 견학하려고 찾지만 주차할 공
간이 없어 각종 차량이 인근 주택과 학교 앞 도로를 막고 늘어서 있기 일쑤
다.
관광객들은 “900원의 입장료가 아깝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볼 게 너
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안내표지판이 궁궐터라는 사실을 알려줘서 그렇
지, 아니면 그저 고(古)가옥을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고려궁지에 들어서면 눈에 거슬리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외규장
각터를 발굴한다며 여기저기 헤쳐놓고 비닐로 대충 덮어놓은 것부터 그렇
다. 지난 7일 역사현장 체험을 위해 학생들을 인솔하고 고려궁지를 찾은 경
남 진해시 도천초교 황춘기(55)교감은 “궁지를 둘러보곤 볼 게 별로 없어
실망했다”며 “유적지 보호·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용 자재, 가정집 담장으로 사용된 유적
강화군이 해안가 제방보수 공사를 벌이면서 제승돈대·망해돈대(강화읍
용정리), 섬암돈대(길상면 장흥리) 등에서 석재를 빼내 사용하는 바람에 이
들 돈대는 흔적만 겨우 남아 있는 상태다. 돈대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인식
이 없는 셈. 그동안 이들 유적의 중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혀 없었다
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부 주민들은 월곶돈대(강화읍 월곶리)와 석각돈대
(내가면 황청리)의 석재를 빼내다 담장을 쌓는가 하면 기단석을 만들어 놓
기까지 했다.
◇관리 허술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고인돌
강화도에 산재한 청동기시대 대표적 유적인 고인돌(지석묘) 역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130여기에 달하는 강화 고인돌은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에 의해 집중 연구
되면서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됐다. 그러나 상
당수 고인돌은 사유지나 군사시설 내에 방치, 훼손될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하점면 심산리 고인돌(높이 2.6m, 장축 7.2m, 폭 5.5m)의 경
우 비교적 원형을 잘 갖추고 있었는데 최근 훼손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3년
여전 고인돌의 상판을 누군가 잘라 내려고
무너진 유적 80년간 복원 '감감'
입력 200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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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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