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청소년은 '주체'가 아니다. 수련활동에 들
어간 청소년들은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수동적으로 끌려간다. 수
련활동에 한두번만 참가한 청소년이라면 이미 가기 전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그램을 훤히 알 수 있다. 지긋지긋한 극기훈련, 허술하기 그지없
는 탐사활동, 그리고 해마다 진행자의 농담까지 똑같은 레크리에이션, 게다
가 한 방에 수십명씩 몰려 들어가야 하는 지저분한 숙소… 이것이 우리나
라 청소년 수련활동의 현주소다.
 ▲수련시설의 예고된 경영난
 우리나라 청소년 수련시설의 경영난은 애초에 잘못된 정책방향으로 인해
예고된 것이었다. 청소년들의 수련활동을 자율화·소그룹화하는데 실패, 학
교 단위에서 집단적으로 수련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수련시설들
은 모두 한 방에 수십명씩 숙박하고 집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기형
적으로 설계되었다.
 이런 집단시설은 이용자 자원이 학교와 대규모 청소년 단체로 국한되고
운영시기도 여름철로 한정되기 때문에 수련시설들은 5월부터 9월까지 성수
기를 제외하고 일년의 절반은 시설을 거의 놀려야 한다. '한 철 장사'에 머
물러야 하는 수련시설들은 결국 경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경영난에 처
한 민간 수련시설들은 더많은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학교를 대상으로
한 로비와 가격경쟁에 매달리고, 빈곤의 악순환은 거듭된다. 99년 '씨랜드
의 비극'은 이같은 빈곤이 낳은 참사였다.
 ▲공공 청소년 수련 인프라 부족
 공공 청소년 수련시설은 이런 경영난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하
지만 경기·인천지역 자연권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공공 인프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민간에 비해 훨씬 낮다. 경기도는 공공 수련시설이 14개소인데 반
해 민간 수련시설은 42개소에 이른다. 인천시는 아예 공공 수련시설이 전무
하고 민간수련시설 3개소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립중인 시설도 민
간 청소년수련원만 5개소여서 인천시는 자연권 청소년 수련활동을 위한 인
프라 구축에 아예 관심이 없다.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청소년야영장은
비교적 시설이 좋고 이용료 부담도 없지만 총 초·중·고등학생수 170만여
명에 대해 7개 청소년야영장의 한해 수용능력은 전체 학생의 3%인 5만여명
에 불과해 나머지 학생들은 민간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개발된 프로그램의 적용 실패
 한국청소년개발원과 과거 문화체육부에서는 92년부터 지속적으로 청소년
수련활동 모델을 개발했다. 지난해까지 자연권 및 생활권 수련시설에 대한
기본형 프로그램 105종이 개발을 완료, 비만프로그램에서 인명구조, 오지탐
험, 남이 되어보기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 모델이 제공되고 있다. 한국청
소년개발원에서는 수련시설들의 요구에 따라 구체적인 500여가지 수련 프로
그램 사례를 모두 수집한 '자연권 청소년 수련거리 백과'도 책과 CD롬으로
발간해 지난 98년과 99년에 각각 배포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발된 우수한 프로그램들이 실제 수련시설에서는 무용지
물이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수련시설들은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수
지를 맞추기 위한 '로비'에 매달리고, 수련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적용해야
할 청소년 지도사들이 5월부터 9월까지 성수기에만 고용되는 한철 뜨내기
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청소년 지도사들은 성수기 기간동안 새벽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아이들을 통제하기 바쁘고, 비는 시간에는 시설물 관리에까지
동원된다. 청소년들을 위한 수련활동 프로그램들을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나 청소년 연구기관들이 아무리 좋은 프로
그램 모델을 만들어도 이를 적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새로운 정책 및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의 수련활동을 '놀러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
다. 입시위주의 정책이 낳은 사고방식이다. 세계 어느나라건 청소년들의 수
련활동은 학교밖 교육으로 인정된다. 이웃 대만의 경우에도 학생들의 수련
활동은 조행성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이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청소년 수련활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인색하다.
 한국청소년개발원 함병수 육성정책실장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우
리나라는 '공부'라는 단일한 수련프로그램만 발달한 기형적 교육제도를 운
영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교
육정책 수립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범 국가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
했다.
 ▲공적 지원과 네트워크화
 청소년 수련시설의 경영난 타개와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공적 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수련시설 운영비의 80%를 차지하는 인건비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