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대표적 특산물인 화문석이 행정기관의 무관심 속에서 이제 그 명
을 다하고 있습니다.”
강화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유광상(53)관장의 푸념은 결코 과장이 아니
다. 미대를 졸업하고 일본유학까지 다녀온 그가 고향인 강화에서 화문석 디
자인에 뛰어든 것은 7년전.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후진양성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가 강화에서 화문
석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화가인 점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관장은 후진양성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화가 등 화문석 디
자인 방면의 전문가 중에 화문석을 계승하려는 인재를 찾기 어려운 점과 화
문석에 대한 행정기관의 열악한 재정지원을 꼽았다.
“화문석이 강화 특산물의 명단에서 사라지려는 판에 행정기관은 예산지원
등을 통해 이를 계승하려 하지 않고 문화분야에 대해선 공짜만 선호하고 있
습니다.”
그는 “군청에서 받는 지원은 디자인 1점당 10만원에 불과하다”며 “행정
기관이 건설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문화분야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관장의 말처럼 지역의 특산품을 계승·발전시키려는 행정기관의 노력은 별
로 엿보이지 않는다.
카펫이나 화학제품 무늬목 등 대체용품이 주택의 거실을 차지하면서 화문
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최소한 화문석
제작의 단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강화를 방문해 화문석을 본 뒤 감탄사를 연발
하지만 정작 화문석전용전시관 하나 없는 게 강화의 현실이다.
강화를 대표하는 또 다른 특산물인 인삼도 홍보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
기는 마찬가지. 고려인삼의 맥을 이으며 탁월한 효능을 자랑함에도 불구,
강화인삼을 홍보하기 위한 홈페이지 하나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강화고려인삼영농조합 관계자는 “충남 금산 등 타 재배지역에선 민·관이
합심해 인삼 홍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강화에선 이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
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금산인삼의 경우 인삼의 기능 및 효능, 인삼의 역사, 인삼제품 등
을 소개하는 홈페이지가 무려 30여개에 달하고 있다.
반면 강화인삼은 인삼재배면적이 날로 감소하고 뿌리썩음병이 기승을 부리
는 터에 이같은 홍보부재 현상까지 빚으면서 그 명성이 날로 퇴색하고 있
는 실정이어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사실 강화인삼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배면적 감소 등 물리적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인삼의 사양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을 수립, 인삼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인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한결같
은 지적이다.
황모(63·강화읍 신문리)씨는 “인삼을 재배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연작피
해인데 이를 방지하는 농약값이라도 저렴하게 공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