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구도시간에 벌어진 교육격차는 사교육비 증가로
직결된다. 도시지역 특히 주로 서울 강남지역 이주자들이 많은 분당을 비롯
해 일산, 평촌 등 일부 신도시 주민들은 그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춰서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고 농촌지역이나 구도시지역 주민들은 언론에 비춰지
는 사교육실태를 접하면서 쫓기듯 자녀교육에 애를 쏟고 있다. 사정이 이렇
다보니 두 그룹간 교육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전체 사교육
시장 규모도 한없이 커져만 가고 있다.
●사교육도 지역격차=주부 이모(32·광주시 산벌동)씨는 내년에 초등학교
에 입학하는 딸 혜인(7)이 때문에 요즘 서울로 이사가는 문제를 놓고 고민
하고 있다. 인근 분당지역 학부모들의 사교육 열기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광주지역에 있는 학원을 보내자니 몇년간 봐온 분
당지역 학생들의 교육여건이 눈에 아른거려 그럴수도 없는 처지다. 일주일
에 5번씩 가는 영어유치원 월 수강료가 56만원. 그나마 분당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A영어학원보다 20만원정도 저렴한(?)수준이다. 여기에 피아노와
바이올린까지 배우자니 7살짜리 딸아이한테 한달에 100만원의 돈이 들어갔
다. 그래도 안심은 커녕 '내 아이가 다른집 아이한테 무시당하지나 않을
까'하는 걱정만 더 든다. 이씨는 차라리 모든 걸 때려치고 이민이라도 가
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그나마 사교육 열기가 낮은 서울외곽지역
으로 이사갈 것까지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커져만 가는 사교육시장=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은 물론 지나치게 높은
교육열이다. 학부모들의 과도한 기대와 욕구는 교과과정에만 매달리는 공교
육을 불신하게 되고 여기에 학력위주의 사회분위기와 특기·적성교육의 부
재가 겹치면서 공교육 부실, 사교육시장 확대라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다.
이처럼 무리한 교육열이 사교육시장을 존속시키는 근본적 원인이라면 도
시와 농촌, 신도시와 구도시간의 심각한 교육격차는 사교육시장의 무한팽창
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공식연구로는 처음으로 지난 99년 실시한 도내 사교육
활동 현황에 따르면 한달에 20만원 가량 학원비를 지출하는 비율이 분당,
일산 등 도내 4개 신도시의 경우 30%를 차지한 반면 도내 다른 지역의 경
우 평균 8%대에 그쳤다. 특히 광주와 양주, 가평 등 6개지역의 경우 신도시
지역의 10분의1 수준인 불과 3.4%대에 머물렀다.
이같은 신도시의 사교육열기는 도 전체의 사교육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조사한 전국 시·도별 과외 수강률을 살펴
보면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서울지역의 경우 학생 1인당 연간과외비가 지
난 99년 178만5천원에서 2000년 175만6천원으로 떨어지고 과외학생비율도
73.7%에서 62.1%로 크게 낮아진 반면 경기지역의 1인당 연간과외비는 99년
133만원에서 지난해 150만3천원으로 크게 뛰었다. 과거 서울 강남지역의 상
징이던 과외바람이 분당, 일산 등 도내 신도시에서 더욱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물론 사교육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만은 없다. 사교육은 공교육 못지 않게 국민의 교육수준을 높이고 인적자원
을 개발하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다. 그러나 학교의 기능과 역할을 사교육이 가로채고 있는 현실과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한 개인과 가정, 국가 경제의 폐해를 고려하면 현재의
사교육수준은 분명히 그 수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학교 교육여건과 학습법을 개선, 학교교육
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체제 내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해 적당한 수준으로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고 교직원간에도 어느 정도
의 능력주의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치열한 입시경쟁을 순화하기 위한 다양한 학생 평가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다양한 내신평가제도와 갖가지 입시제도가 도입되자마자 철
회되는 악순환을 멈추고 학생평가에 대한 방안이 집중적으로 연구돼야 한
다.
무엇보다 사교육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그
리고 기업내에서 학력·학벌위주의 평가기준을 제고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학력·학벌주의를 없애나가야 할 것이다.
급증하는 사교육비
입력 2001-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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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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