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네트워크 장치를 연구하는 벤처기업인 김모(35)씨. 그의 하루 일과
는 여느 벤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 9시 기상, 바로 컴퓨터앞에 앉
아 미국과 유럽등지의 거래처에서 날아온 이메일 확인, 국내외 언론사 사이
트를 뒤지면서 밤새 숨가쁘게 변한 IT산업 정보 검색…. 별다른 일이 없으
면 빵과 우유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다음 집앞
에 세워논 자전거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바로 판교벤처밸리의 한 가운데에 있다. 회사는 지난
2005년 이곳으로 옮겼다. 한때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던 서울 강남 테헤
란로에 있던 그의 회사가 입지조건 좋은 서울을 벗어나 판교로 이전한 것
은 값싼 임대료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변 거주여건이 뛰
어나기 때문이다. 집밖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공원이 있어 가족들과 틈나는
대로 산책도 할 수 있고 출퇴근할때 지옥같은 교통체증 걱정도 없어졌다.
판교지역내에 수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모여있
어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도 판교로 이전하게된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였다.
마침 월요일인 이날은 판교에 있는 네트워크장비 관련업체들의 정례회의가
있는 날이다. 판교지역에 들어선 3천여개 벤처기업가운데 네트워크 관련기
업은 약 100여개. 매달 1차례씩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데 제법 고급정
보들이 많아 기업운영에 자주 활용하고 있다. 오전 10시, 회의시간에 맞춰
김씨가 회의실로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참석자는
약 20여명. 이중 3분의2가 서울에서 회사를 옮긴 사람들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이런 모임도 없었을 뿐 아니라 서로 괜한 경쟁심때문에 얼굴 붉히고
다니기가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곳으로 옮긴 다음부터는 함께 판교벤처밸리
를 이끌어간다는 동질감때문인지 쉽게 교감이 이루어졌다. 마침 이날 모인
사람들은 전날 정부에서 발표한 벤처단지 확대조성에 대한 얘기에 화제를
모았다. 판교벤처밸리가 예상외의 대성공을 거두자 정부는 3년전부터 전국
에 10개 벤처단지 조성 계획을 세웠다. 어제는 벤처단지 면적을 두배로 늘
리고 각종 지원책을 강화하겠다는 안도 발표했다.
회의가 끝난 후 회사로 돌아온 김씨는 곧이어 거래처인 미국의 한 네트워
크 장비회사와 화상협상을 시작했다. 이자리에는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
는 대학 연구소 관계자들도 함께 자리했다. 이미 대략적인 협상은 마무리됐
고 이날은 수출규모와 가격에 대한 조정만 남아있었는데 미국측 회사는 2년
간 안정공급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김씨가 내세운 1억달러 가격조건을 수락
했다. 불과 20여명의 종업원을 데리고 해낸 엄청난 성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