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는 박물관이 많다. 풀밭을 찾아다니며 하루하루 자연에 의탁해서
살아가는 유목민에게 무슨 박물관이 필요할까? 이렇게 얕은 생각과는 달리
그 나라의 규모와 취약한 경제 사정이나 문명성에 비해서는 박물관이 많은
것이 의외이다. 중앙박물관을 비롯해서 혁명박물관, 울란바토르시 박물관,
레인 박물관, 쥬코 박물관, 헌팅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과 또 사원에도 미술
관이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개의 미술관들이 있다.
중앙박물관에는 몽골의 자연에 대한 자료와 칭기즈칸 시대의 유물, 몽골
및 몽골어로 된 주요 문헌 사본, 전통의상 그리고 세계의 공룡 논쟁을 종식
시킨 공룡의 뼈와 알 화석도 전시되어 있다. 유물들을 전시하는 정도가 아
니라 자연사와 역사 문화의 유산들을 잘 체계있게 정리해 놓고 있다. 복트
한의 겨울 궁전 박물관에는 복트 한과 그 부인의 화려했던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선물받은 동물 박제, 만다라 불상, 150여마
리 표범 가죽으로 만든 게르(몽고의 전통 이동가옥)…. 이런 유품들만 봐
도 당시 사치로운 생활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생활용품들은 그 솜씨가 매우 정교하다. 겨울이
유난히 긴 이곳 사람들의 생활감각의 표현일 것이다. 단청색의 전통 의상
은 화려하고, 특히 가죽으로 만든 장화와 모자 대용으로 쓰는 '마라가
이'는 독특하다. 이곳 사람들은 모자를 자신의 인격처럼 생각하여 소중하
게 여긴다고 한다. 집안에 들어오면 모자를 일정한 장소에 걸어두고 여러
개 준비해 두었다가 계절에 따라,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각기 달리 이용한
다.
몽골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한다. 여가가 많은 탓인가? 음악이 발달한 것
은 라마교 영향도 있다고 한다. 이 종교는 음악의 신비한 마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루에 다섯번씩 거행되는 그들의 종교의식에 음악이 꼭 뒤따른
다. 이러한 음악에는 자연음이 크게 작용했다. 자연신을 숭배했던 이들이기
에 자연의 소리에 대해서도 신령스럽게 생각했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
리, 짐승 소리들을 모두 초월적 소리로 생각했고 영험이 있다고 믿었다.
몽골 전통음식 식당에도 민속음악 공연이 있었다.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목청과 혀로만 소리를 만들어내는 소위 '호미창법'으로 연주하는 민요가 특
이했다. 현악기는 기타 모양인 마두금과 오동나무에 명주실을 꼬아만든 현
으로 된 '야닥', 그리고 '림배'라는 몽골 피리가 특이하다. 성악곡이든 기
악곡이든 간에 음조는 부드럽고 청아하며 애조를 띠었다.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어떤 피리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문양
이 정교한 이 피리는 첫 아기를 낳다가 죽은 18세 여자의 장딴지 뼈로 그
몸통 윗부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피리라야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첫 아기를 낳다가 죽은 18세의 여자가 가
장 순수하기에 영혼의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면 몽골
인들의 음악에 대한 관념을 읽을 수 있다.
몽골의 민속공연도 특별하다. 프로그램은 음악 연주와 탈춤과 한 소녀의
기예로 짜여져 있다. 음악은 청아하고 애조를 띤 몽골의 민속음악이었다.
호미창법의 민속음악과 전통 악기를 2·3인이 협연하였다. 그런데 몽골인
의 전통극인 탈춤은 악귀를 쫓는 내용인데 매우 격렬하고 도전적이었다.
이 민속예술에서도 몽골인의 이중적인 면을 읽을 수 있다. 자연인으로서
의 반 문명적인 그들의 삶과 그 삶을 공격해 오는 적대적인 상황에 대한 강
한 도전과 방어의식이 음악과 탈춤으로 형상화되어 있었다. 가축이 자연의
풀을 찾아 이동하는 대로 살아가는 몽골인의 친 자연적인 삶과 세계를 정복
하고 그 막강한 일본의 무력을 방어할 수 있었던 몽골인의 상반된 기질이
이 민속공연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 중에 어린 뱀처럼 몸을 자유자재
로 비틀고 오그라뜨리고 꺾는 18세 소녀의 예기는 사람도 동물처럼 될 수
있는 예를 보여주는 것인가?
관광지마다 좌판이나 손에 들고 수채화를 파는 행상인들이 많다. 작게는
엽서 크기 만한 것에서부터 크게는 10여호 크기로 그 규격도 다양하다. 어
떤 소년은 제 아버지가 그린 그림이라면서 사 주기를 청한다. 소재는 몽골
인의 유목생활이 대부분인데 아주 담백하고 섬세한 것이 인상적이다.
몽골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고 자수를 놓으면서 그 긴 겨
울을 보내던가? 그들에겐 예술도 자연인으로서 살아가는 한 방법일 것이
다. 자연에 신성을 부여하는 그들이고 보면 자연을 재현하는 예술에 대해
서 그들은 오히려 더 경외스러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했을 것이다. 그렇
게 생각하면 그들은 참 예술가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다시 한번 몽골에 대한
[현길언교수의 몽골기행-3]몽골인의 자존심과 그 문화예술
입력 200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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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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