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교통난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에는 서울보다 경기도에 정체구간이 더 많다. 정부의 주택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도내 이곳저곳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난개발이 이뤄지면서 나타나는 후유증이다. 당국의 손발이 안맞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자체 중심의 도로개설 및 계획이 이뤄지면서 광역교통측면의 분석이 미흡하고 인접 지자체간 중복투자, 투자우선순위 불일치로 인해 단절구간 및 병목구간이 발생하면서 교통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해 너도나도 자가용을 몰고 나오다 보니 도로는 완전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나는 개발, 기는 도로개설
김포시 풍무지구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 김포IC로 이어지는 48번 국도. 출·퇴근 시간이면 김포 천동고개부터 밀린 차량들이 불과 2~3㎞ 떨어진 김포IC까지 가는데 30분이 넘게 걸린다. 시속 10㎞도 못내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참지못한 일부 차량은 인근 농수로와 샛길로 우회하지만 이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풍무지구를 거쳐 부천·인천으로 연결되는 307번 지방도. 풍무지구~원당사거리 1.2㎞를 지나는데만 20분이 걸린다. 올초 풍무지구로 이사온 이갑동(가명·42·회사원)씨는 “매일 아침 교통체증이 반복되고 있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며 “기본 교통대책도 없이 아파트만 지어놓으면 주민들은 어떡하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김포에는 서울과 인천 방면으로 갈 수 있는 도로가 단 두곳 뿐이다. 전원도시를 표방했던 김포시에 도로와 학교 등 도시기반 시설은 확충되지 않은 채 농경지와 야산 곳곳에 아파트만 무분별하게 들어서 기형적인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로는 막히고 편의시설 등 자족 기능이 갖춰지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70% 가량이 서울 등지로 출·퇴근하는 일산과 분당 주민들도 출·퇴근길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 5개 신도시를 건설할 당시 정부와 자치단체는 내부는 물론 도시간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분당과 일산의 신도시 교통시설 설치비는 각각 1조6천억원, 9천억원. 이와 별도로 1천350개 노선, 387㎞의 내부 도로가 신설 또는 확장됐다. 이 때문에 신도시 주민들은 잠시나마 인근 기존 도시에 비해 좋은 교통 여건의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신도시 내부 비대화와 주변 도시 난 개발에 따른 유입 인구 급증, 도로망 절대 부족 등으로 기존 도시에 못지않는 교통 전쟁을 날마다 치르고 있다.
◇손발안맞는 도로개설
과천~우면산 도로(7.1㎞)의 경우 경기도 구간(4.2㎞)은 이미 지난 97년 완공됐다. 그러나 서울시 구간(2.9㎞)은 이제 터널을 뚫는 등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빨라야 2003년 완공할 것으로 보여 도가 개설한 구간은 절름발이 상태로 남게 됐다.
이 도로는 경기도와 서울시가 각자 개설하기로 합의했으나 우선순위가 다른탓에 공사시기가 맞지 않아 이같은 현상이 빚어졌다.
안양 평촌~서울 신림간 도로개설의 경우 서울시와 도로개설에 관한 협의 지연으로 도로개설이 불투명, 경기도는 도로개설비용으로 지난 94년 지원했던 120억원을 회수했다. 이 도로는 한때 서울시가 안양시와 협의를 통해 도로개설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가 이를 번복하는 바람에 사업여부가 불투명하게 됐었다.
부천시 경인우회도로도 부천시가 지난 91년부터 2003년까지 2천57억원을 들여 건설할 계획이었다. 부천시와 인천시계인 소사구 송내동~서울시계인 소사구 괴안동까지 길이 6.55㎞, 폭 30m의 이 도로에 대해 부천시는 당초 서울시와 인천시 등과 사전협의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추진이 지연되자 경기도가 지원한 국·도비를 회수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부천시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경인도로의 극심한 정체가 지속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처럼 광역자치단체간 손발이 맞지 않아 도로개설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군간, 시·군과 경기도간 협의지연으로 도로개설이 늦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파주시 광탄면∼고양시 고양동간 지방도 311호선의 확·포장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도로는 파주시 광탄시내를 관통하는 유일한 도로인데다 용미리 공원묘지와 벽제 서울시립묘지가 위치해 있어 한식과 명절때면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255억여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파주·고양시와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실시설계만 마친 상태에서 도로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부족한 대중교통
김포시 풍무동 풍무지구. 서울행은 좌석버스 노선 1개 뿐이다. 그나마 김포공항 입구가 종점이다. 서울 도심까지는 버스·전철을 두세번 갈아타야 한다. 게다가 배차간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이곳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천여명이 부족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실존된 교통정책
입력 200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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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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