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는 서부에 있다'

   등소평의 양개대국론(兩個大局論)으로 시작된 중국의 변화는 지금 제2의 변혁기를 맞고 있다. 등소평의 양개대국론은 '상해, 북경, 청도 등 동부 연안지역의 유리한 요소를 활용해 선개발하고(先富論),이 지역의 발전을 중서부 지역의 개발에 활용, 공동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으로 중국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부 대개발은 여기서 시작됐다.

   중국정부는 서부대개발을 3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지난 80년대의 1단계인 온포(溫飽·배불리 먹게 하자)를 거쳐 90년대 들어 2단계로 소강(小康·여유있는 생활을 누리자)을 달성한 여세를 몰아 2000년부터 50년까지를 3단계인 현대화시기로 설정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천성 청뚜(成道)는 서부 대개발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전초기지다.
▲청뚜시의 현황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였던 청뚜시는 서부 대개발의 시작과 함께 찬연했던 옛날의 영광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 인구 1천만명인 청뚜시는 7개 직할구와 7개 현, 5개 현급시로 구성돼 있으며 9천여만명이 살고있어 중국내 성(省) 가운데 4번째로 큰 사천성의 수도다.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지형인 이곳의 주민들에게는 은둔형의 내륙기질이 남아있어 투박하고 말수가 적다. 그러나 서부 대개발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성향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청뚜시의 최대 상업지구인 '금강구'는 인민시장과 백화점 등 20층이 넘는 대형상업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밀려드는 외국자본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이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서남부지역의 상권이 모이는 곳으로 서부로 통하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서부지역의 다른 성들이 생산한 제품들을 동부지역으로 운송,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곳을 반드시 통해야 한다.

   ▲서부 대개발 전초기지
서부 대개발 대역사 현장은 청뚜 신공항에서 시작된다. 우리 정부가 3천만달러를 투자해 지난 98년 9월 착공에 들어가 3년만인 지난 10월24일 완공돼 위용을 드러낸 신공항은 기존 쌍류(雙流)공항 바로 옆 480㏊부지 위에 최첨단시설을 갖추고 서부 대개발의 전략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보잉 747기 등 대형 여객기들의 이착륙이 원할하게 이뤄지고 지난 4월부터 한국과 청뚜간 직항로가 매주 4회 운영되는 등 외국항로도 대폭 증설됐다. 또 연 700만명의 여객 유동량을 소화할 수 있어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서부 대개발의 명실상부한 최대 중심공항으로 손색이 없다. 본지 취재팀이 신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경험한 놀라운 사실은 사천항공사(社)가 이미 4년째 벌여오고 있는 외국인을 위한 '무료 콜서비스'다.

   자사항공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공항과 시내까지 무료 왕복 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청뚜시의 노력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뚜시의 서부 대개발 진행현장은 사회간접자본인 SOC시설 확충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정부가 서부 대개발에 70%이상의 재원을 집중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청뚜시는 서부지역 교통요충지이자 내륙의 길목인 만큼 도로, 철도, 항공 등 교통망 건설로 시 전체가 공사장을 방불케했다. 지난 89년 중국 최초로 300㎞이상 고속도로로 완공된 청뚜~중경간 고속도로를 비롯해 청뚜~도강언, 청뚜~야안, 청뚜~로주, 청뚜~면양, 청뚜~낙산 등 동서간과 남북간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청뚜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아울러 시내 중심인 인민광장을 정점으로 도시전체를 둘러싼 2개의 외곽순환도로가 건설된 데 이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에서 청뚜로 진출입하는 3환외곽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청뚜시 서문지구 3환도로공사 시공단 기계관리 책임자인 왕쥔(30)씨는 “내년말께 이 도로가 완공되면 청뚜가 서부의 중심도시로서 위치를 완벽히 다지게 된다”며 “역사적인 공사현장에 투입된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서부지역의 철로망과 항공망도 청뚜에서 교차되거나 시작된다.

   지난 97년 사천성에서 분리된 중경직할시는 이같은 청뚜시의 변화를 지켜보며 보이지 않는 알력과 마찰을 표출하고 있다. 인구 3천300만명의 거대도시인 중경시는 규모면에서 서부 대개발의 핵심이 중경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청뚜시는 농촌인구가 대다수인 덩치만 큰 중경시보다는 교통, 상업중심지인 청뚜가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중국정부는 그러나 청뚜에 손을 들어줬다. 그만큼 서부 대개발 전초기지로서의 청뚜가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청뚜
개발에 가속이 붙으면서 유동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청뚜는 농촌지역 외곽에 신도시 아파트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청뚜 서남쪽에 위치한 옥림신구는 수백여㏊의 경작지를 개발, 1만여세대가 입주하는 대규모 주택단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