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이 2003년 1월1일부터 실시된다.

지난해말 여당의 주도와 야당의 협조로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진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의 횡포를 막기 위해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고 5년간 임대계약을 보장(계약갱신 요구권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시행령에서 정해질 임대료 인상폭은 대체로 5~10%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건물주들의 마음이 모두 '천사'일 수는 없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이 7개월후면 도입되는 상황에서 임대료를 사전에 대폭 인상하지 않을 '비단결같은 마음'을 가진 건물주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전국적으로 상가임대료 과다인상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법 시행을 앞두고 확산되고 있는 상가임대료 과다인상행위를 막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서울과 부산 등 전국 5대 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전면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집중조사 대상은 임대료 과다인상행위와 새로운 임차인과의 고액 계약체결을 목적으로 기존 임차인에 대한 일방적 계약중단 및 해지행위 등이다.

이와함께 다수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한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임대차 관련 약관이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도록 돼 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결과 임대사업자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위법사실이 발견될 경우 시정명령은 물론 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작금의 상황은 임대료 문제로 건물주들과 많은 갈등을 겪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영세상인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건물주가 아니라 약자인 영세상인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더 내든지, 아니면 나가든지…'식의 건물주의 강압 앞에서 상가 세입자는 막막할 수 밖에 없다. 세입자는 그저 서러울 따름이다.

건물주들의 턱없이 높은 임대료 요구나 재계약 거부로 영세 임차인들은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입장에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세입자들은 건물주들이 요구하는 대로 임대료를 대폭 올려주자니 임대료가 오른 만큼 장사가 잘될 지도 모르는 데다 막상 그럴만한 돈도 없다. 그렇다고 계약을 포기하자니 거액의 권리금을 되찾을 길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 미용실 주인 김모(43)씨는 “건물주인이 5년간 임대료를 올릴 수 없는 만큼 보증금을 2천만원 더 내라고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나가야할지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계약을 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다”라고 말했다.

안양시 평촌신도시에서 이동통신대리점을 운영하는 박모(51)시는 “건물주가 4천만원이던 보증금을 5천만원으로 1천만원 올리고 100만원 하던 월세를 190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해 고민끝에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수천만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며 하소연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상을 담합해 세입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같은 현상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앞두고 세입자들이 시설투자비나 권리금때문에 쉽게 계약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대폭 올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공인중개사들은 “임대차 보장기간은 5년이지만 최소 1년 단위로 계약을 새로할 수 있는데다 건물주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규정이 있는데도 건물주들이 앞으로 5년동안 임대료를 올릴 수 없는 것으로 잘못 인식해 영세 임대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과 더불어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앞으로 빌딩신축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건물을 지어봤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물을 지으려 할 사람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다.

한발더 나아가 신축건물은 줄어들고 임대료가 묶여있는 상황하에서는 공식가격과는 별도로 뒷돈이 오가는 '부적절한 관계'를 양산하는 암시장의 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상가임대차보호법 Q&A
Q : 시행시기와 주요 내용은?
A : 2003년 1월1일부터 새로 계약하는 상가에 대해 적용된다. 임대기간이 5년간 보장된다.

Q : 올해 계약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
A : 내년에 계약을 갱신할 때부터 적용된다. 예를들어 지난 3월에 1년 기한으로 계약했다면 계약이 갱신되는 내년 3월 첫 계약 이후 아법의 적용을 받는다. 단 건물주는 기존 임차인과 계약할 수도 있고, 다른 세입자와 계약할 수도 있다.

Q : 상가건물이면 모두 적용대상인가?
A : 영업용 건물에만 해당되며 최종적으로 영세상인보호라는 입법취지에 맞게 영세(零細)상가에만 적용된다.

Q : 영세상가의 기준은?
A : 점포의 임대료를 영세상가의 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