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상에는 약 3천개 내외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어로 자리잡은 것은 영어이다.
18세기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영국의 주도적 역할(Pax Britanica), 그리고 계속된 20세기 이래 미국 중심의 세계화(Pax Americana)로 영어는 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해왔다. 전세계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15억명을 넘는다. 언어에 대해 자부심 강하기로 이름난 유럽의 통합기구(EU) 회의에서마저 영어가 자연스럽게 통용어로 쓰이고 있다. EU내 27개의 언어를 통·번역 지원하기는 지난한 일인 동시에 비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IT시대 정보량의 90%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영어는 살아남기 위해서 배워야 하는 생존의 무기로 바뀐 지 오래됐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인구가 10억명을 상회한다. 세계의 중심을 자처하는 중화사상의 중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인구가 미국의 인구보다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영어는 신분상승의 지름길로 통한다. 인도에서 남미대륙에서 러시아와 일본에서 영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세계적 영어학습 열풍에서 우리나라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작년 한해 영어 연수비에 지출된 돈이 1조원에 달했다. 영어 사교육이 가계에 커다란 부담은 물론 외화의 유출을 초래하고 있다. 서민의 위화감, 영어 이산가족 등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더 본질적 문제는 이러면서도 옳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민의 압도적 지지와 많은 기대속에 민선3기 경기도정을 맡은 손학규 지사는 도정의 최고목표를 '세계속의 경기도'로 설정했다. 이의 구현을 위해 경기도를 영어1등도로 만들며, 그 실천적 프로젝트로 영어마을의 조성을 공약했다.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지 육성에 필수적인 영어경쟁력을 도내에 갖추도록 하며, 소요되는 실용적 영어인재를 경기도의 힘으로 양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아울러 영어과외나 해외연수등 영어사교육이 경기도의 학부모들에게 주는 부담과 압박감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부조리와 병리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깃들어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 지자체 최초로 시도되는 영어마을은 왜곡될 대로 왜곡된 영어학습의 현실을 풀어나가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시의적절한 선구적 조치로서 많은 기대와 함께 크게 환영한다.
영어마을의 형태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집중적으로 영어를 훈련하는 학습 위주의 '영어캠프', 다양한 체험으로 실전성이 강화되는 '영어테마파크', 생활 자체가 영어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영어커뮤니티'등 3가지 모형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들 3가지 모형은 서로 독립적이거나 배타적이 아니며 캠프-파크-커뮤니티의 연장선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좀 더 큰 스케일에서 볼 때 영어커뮤니티는 싱가포르와 같은 '경기도 자유비즈니스 도시'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영어캠프는 학습형(學習型)으로 도내에 산재한 청소년수련시설, 연수원 등에서 원어민교사를 통한 집중적 영어연수에 외국문화체험과 국제교류 등을 가미하는 것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 1년정도 준비하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동시에 여러 곳에서 개소가 가능하다.
체험형(體驗型)의 영어테마파크에서는 캠프기능에 더하여 영어사관학교 수준의 교육이 실시되고 외국풍물거리에서 영어생활체험이 가능해진다. 준비에 적어도 3~5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매우 커다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부지확보와 기초투자는 도(道)가 맡되 수익사업을 전제로 민자유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커뮤니티는 거주형(居住型)으로서 영어캠프와 영어테마파크의 기능은 물론 내외국인 주거시설이 갖추어지고 경찰서등 공공시설까지 영어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착수에 5~10년의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영어테마파크와는 차원이 달라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것이며 도내에 한곳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
영어마을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정책과도 궤를 달리하며 선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시책이다. 따라서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 검토해야할 요소도 매우 복합적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열려야 하고, 사전타당성 조사와 전문가적 자문과 협의에 충실해야 한다. 많은 소요가 예상되는 재원조성에 내외자본의 유치를 극대화하고 민간의 운용참여로 탄력적 관리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야 할 것이다.
영어마을은 교통, 통신, 주변시설 등 기존 사회적 인프라의 이점을 살려 접근성과 활용성이 뛰어난 곳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여부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 학습동기의 유발을 위하여 수익자 부담원칙을 지키되 유능하면 돈이 없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청소년 중심으로 시작하되 자리가 잡히면 도내 다양한 연령층의 직업인에게 기회
[세계속의 경기도 구현을 위한 '영어마을'] 인재양성·해외연수비 절감 '일석이조'
입력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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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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