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시가 4억~5억원을 넘나드는 '황제 골프장'들이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내거는 공통 분모는 '부킹 보장'이다. 철저한 회원위주의 운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부킹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에 주말부킹을 보장해 준다는 것처럼 매력있는 상품이 어디 있으랴, 이들 골프장 회원권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아예 매물이 없고 어쩌다 나온다 해도 그자리에서 동나기 일쑤다.
중소 기업체들이 거래처에 대한 골프접대 때문에 부킹 대행사 등을 통해 건당 30만원에서 최고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커미션을 제공하고 있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죽하면 5단계, 7단계의 대행료 차등 기준(지역·시간불문 30만원, 2~3주전 50만원, 수도권 100만원, 수도권 주말 1주전 200만원 등)까지 버젓이 제시될까.
부킹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골프 열풍에 힘입어 폭증하고 있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하지만 골프장 부킹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손'들의 입김과 골프장의 '장난'도 단단히 한몫을 한다.
회원권 수천만원대의 싸구려(?)골프장은 말할 것도 없고 회원 위주를 표방하는 일부 황제 골프장조차 항상 부킹에 '예외'는 있다. 모든 골프장이 ▲비회원 부킹 불가 ▲회원동반시만 라운딩 허용 ▲회원 부킹후 비회원 부킹 허용 등 제나름대로의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실제로 이 규정이 지켜지는 골프장은 거의 없다. 바로 골프장이 얽혀있는 '먹이사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골프장의 복잡한 인·허가 과정에는 일선 시군과 광역자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고는 하나 골프장이 이들 기관에 미운털이 박혀서는 배겨낼 재간이 없다. 부킹 청탁이 많은 일부 기관에는 아예 '부킹 전담' 공무원까지 있다. 골프장이 제일 무서워한다는 국세청은 얼마전 일선 세무서에 부킹 금지령까지 내릴 정도로 부킹청탁이 많은 기관이었다. 시대가 변했다지만 군부대의 부킹 청탁을 거절해 군사시설 관련 점검이라도 받으면 손해가 막심하다. 골프장이 힘있는 기관에 부킹 선심을 쓰는 것은 또하나의 '촌지'요 '뇌물'인 셈이다.
부킹전쟁에 시달리다 '차라리 회원권을 사버려?'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한 회원권이 무용지물이 되는데는 이같은 사정이 있다. “원하는 날짜에 부킹하기 힘든 1억원짜리 회원권 5장보다 주말부킹 보장되는 5억원짜리 회원권 1장이 낫다”는 하소연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 부킹 전쟁
골프장의 부킹 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겨울과 장마철을 빼고 각각 두세달 남짓한 봄 가을철에는 부킹에 한이 맺혀(?) 홧김에 회원권을 구입하는 사람, 회원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킹이 안돼 골프장측과 싸움을 벌이는 사람, 거래소를 통해 부킹을 사는 사람 등 부킹과 관련된 갖가지 진풍경이 연출된다.
# 부킹 대행
수도권 지역 골프장에, 그것도 주말 오후나 일요일 오전 등 황금시간대에 부킹을 갖고 있다면 부킹 거래시장에서는 말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현재 인터넷상에 개설된 부킹전문업체만도 줄잡아 50여개. 이들은 골프장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회원권 행사를 양해받거나 골프장 측과 직접 연결돼 부킹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전화로 순서대로 부킹을 한다는 퍼블릭 골프장도 상당수는 이들에 의해 잠식된다. 수십대의 전화와 컴퓨터를 갖춰 놓고 회선을 독식하는 이들의 횡포에 일반인들이 '뚫고 들어올' 여지는 아예 없다는 설명이다.
어떤 사람이 라운딩 한번에 20만~30만원씩 들어가는 골프를, 그것도 돈주고 부킹을 사가며 하겠느냐는 의아심이 생기지만 업무상 중요한 고객이나 거래처 사람에게 골프 접대를 해야하는 중소기업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고객이 “다음주말에 골프나 한번 하자”는 제의를 했다면 중소업체 입장에서 그것은 곧 '명령'의 효력을 지니게 된다. 회원권을 보유하지 못한 업체들은 200만~300만원을 주고라도 부킹을 사야하고 설령 회원권을 갖고 있다해도 촉박한 시간에 부킹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에 부킹 암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킹거래업소의 부킹 가격은 크게 7단계로 나뉜다.
먼저 가격대가 가장 저렴한 1단계는 전국 어느 골프장이든, 시간에 관계없는 경우다. 약 10만원에서 30만원대까지의 대행료가 붙는다. 2단계는 지역과 골프장에 상관없지만 2~3주의 여유를 두고 부탁하는 경우로, 골프장을 수도권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대행료가 100만원까지 치솟는다. 이런 식으로 수도권 인근 골프장이면서 1~2주전에 부킹을 원할 경우에는 150만원에서 200만원, 시간이 2~3일로 촉박할 때에는 250만원까지 뛴다. 최고단계인 7단계는 주말 황금시간대에 명문골프장에서 '대통령 골프'를 할 경우. 앞 뒤 한팀
[말많은 골프 탈많은 골프장] 부킹이 뭐길래…
입력 200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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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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