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 골라봐!

올 한가위 극장가는 추석 대목을 노린 대작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관객들이 즐거워진다. 추석을 한주일 앞두고 영화 시장을 선점하며 그 열기를 이어가는 영화들과 20일부터 간판을 거는 한가위 개봉작들, 그리고 영화제 수상으로 다시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작품까지 뒤섞여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아온 한국영화들의 대대적인 공세속에 할리우드 대작들이 얼마나 선전을 펼칠지 흥미롭기만 하다.

▲SF/액션

제작비만 100억원을 쏟아부은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X파일의 롭 바우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레인 오브 파이어', 아시아 스타들의 얼굴대결로 무장한 '버추얼 웨폰' 등이 흥행 경쟁을 펼친다.

고전동화와 첨단 컴퓨터 게임을 접목시킨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CF의 히어로 임은경의 스크린 데뷔작으로도 관심을 모은 작품. 전혀 다른 발상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다른 작품들을 생각하며 스크린 앞에 앉았다가는 당황하기 쉽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에만 몰두할 것.

‘레인 오브 파이어’는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2084년의 런던을 배경으로 지능 높은 익룡들과 맞서 싸우는 지구의 전사들을 그린 영화다. 극도로 비상한 두뇌에 가공할 파괴력까지 갖춘 익룡에 맞서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재난영화에 가까운 스펙터클(?)한 파괴장면이 스크린을 휩쓴다.

컬럼비아 트라이스타가 제작하고 홍콩 원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버추얼 웨폰’은 송승헌 수치(서기) 차오웨이(조미) 모원웨이(막문위) 등 아시아 스타들의 대결이 볼만하다. 킬러 자매가 함정에 빠지지만 결국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 홍콩의 여배우 3명이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에 송승헌이 등장한다는 매력 아닌 매력까지 더해 흥행경쟁에서 뒤지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코미디

추석을 앞두고 이미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가문의 영광’(정흥순 감독)이 단연 돋보인다. '가문의 영광'은 조폭 명문(?) 가문인 3J가의 세 오빠가 외동딸인 여동생을 결혼시키기 위해 펼치는 작전을 그린 영화. 다른 조폭 영화보다 훨씬 가볍고 유쾌한 화면에다가 김정은과 유동근이 펼쳐보이는 코믹 연기가 단연 압권이어서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조금 일찍 지난 6일 개봉해 엉뚱한 홍보방법으로 검찰 및 정치권에 화제를 만들어낸 ‘보스상륙작전’(김성덕 감독)은 자잘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코미디 영화. 검찰이 조폭 일망타진을 위해 룸살롱을 차린다는 별스런 발상이 돋보이지만 폭력과 욕설이 심해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조금 민망한 것이 흠이다.

▲드라마/멜로

모처럼 등장한 수채화 같은 영화 ‘연애소설’(이한 감독)과 아카데미상 도전작으로 점쳐지는 할리우드의 '로드 투 퍼디션', 그리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오아시스'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칸 영화제 수상 후 중·고생들에게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원 장승업'으로 이름을 바꿔 롱런 길에 오른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차태현 이은주 손예진 세 청춘스타가 주연으로 나선 '연애소설'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을 풋풋하고 생기있게 담아내고 있다. 함께 개봉한 '가문의 영광'에 이어 한국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을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영화들 속에서도 두드러지게 돋보이는 할리우드 영화 ‘로드 투 퍼디션’ ‘아메리칸 뷰티’로 이미 아카데미상을 거머쥔바 있는 샘 멘데스 감독의 작품으로 톰 행크스, 폴 뉴먼 등 쟁쟁한 연기파들이 주연을 맡아 더욱 무게를 실어준다. 갱이지만 자식에게는 떳떳하고 싶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국제영화제가 인정한 연출력과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쉽게 접하기 힘든 스토리지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하는 영화다. 상영관은 많이 줄었지만 베니스에서의 수상을 계기로 일부 극장에서 롱런길에 들어섰다.

그림같은 한국의 사계가 스크린에 펼쳐져 숨을 죽이게 하는 '오원 장승업'은 예술가의 고뇌를 연기한 최민식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안성기, 유호정 등 쟁쟁한 연기자들까지 가세해 아름다운 스크린과 연기가 어우러진 보기드믄 영화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