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3월 인천시 중구 전동 17의14에 문을 연 '사랑의 인공신장실'은 신장병 환자들에겐 '천국'으로 통한다.
54대의 투석기(혈액을 걸러주는 기계)를 갖춘 인공신장실을 200여명의 신장병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차례씩 이 곳에서 투석을 받고 있는 안복희(70·인천시 동구 송현3동) 할머니는 “사랑의 인공신장실을 소개받고 와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었다”며 “죽으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이제 새 삶을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3년 전부터 신장병을 앓아 병원에서 투석을 받아 왔다는 할머니는 한달에 40여만원씩 드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었다. 다리마저 불편해 가족이 동행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더 살아서 뭘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던 할머니에게 사랑의 인공신장실이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리고 가서 보니 사랑의 인공신장실은 말 그대로 '딴 세상'이었다.
투석비가 전혀 들지 않는 것은 물론 오가는 걱정도 없다. 인공신장실 차로 태워다 주고 점심까지 제공한다.
안 할머니는 “눈물이 날 정도”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경인지역본부는 사랑의 인공신장실 운영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신장병 환자들의 자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만성 신장병 환자는 온 가정을 멍들게 한다. 막대한 병원비로 인해 가계에 주름살이 지게 마련이고 환자 돌보기에 온 가족이 매달려야 할 정도다.
이 때문에 신장병 환자에겐 재활과 자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경인지역본부는 사회복지법인 '모퉁이 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신장병 환자들에게 의료재활서비스는 물론 생활자립근거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장병 환자들의 자녀교육비도 지원할 장학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사랑의 인공신장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경인지역본부 직원으로 채용된 환자도 4명이나 된다.
사랑의 인공신장실을 이용하는 200여명의 환자들에게 최근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생겼다. 경인지역본부가 내년 2월이면 남구 용일사거리 인근의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이사하기 때문이다.
경인지역본부는 2000년 2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장기이식에도 직접 관여했다.
지난 97년 12월25일 선천성 심장병으로 가천의대 길병원에 입원해 있던 손창현(당시 13세)군은 새생명을 얻었다. 부산에서 뇌사판정을 받은 정연주(12)양의 심장과 폐를 이식한 것이다. 정양은 심장과 폐, 간, 신장, 각막 등을 8명에게 나눠주고 '영원한 삶'을 택했다.
손군의 심장 이식수술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경인지역본부가 있기에 가능했다. 당시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최진호 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부산으로 달려가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장기 이송계획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명을 나누는 일이 관련 법률제정에 따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의 손을 떠났다. 이렇게 되면서 오히려 혜택을 보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정부가 주도하면서 번거로운 조건 때문에 장기기증 희망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최진호(53) 본부장은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면서 “민간단체를 믿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장기기증운동이 다시 범국민적으로 번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최진호 본부장
“좋은 일 한다는 게 나쁜 일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10년을 한결같이 '생명나눔운동'에 온갖 정성을 쏟아 온 최진호(53·인천 내리교회 장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 경인지역본부장의 얘기다.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는 뜻으로 들린다.
경인지역본부 창립 당시 사무국장을 맡았던 그는 사회의 통념을 깨는 일부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 몸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식의 유교적 사고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죽어가는 생명이 장기기증을 통해 되살아났다는 미담이 자꾸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경인지역본부를 전국 14개 지역본부 중 가장 활발한 조직으로 이끌어 낸 그는 “생명을 살리자는 명분때문에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힘을 실어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젊은 시절 최 본부장은 장기기증운동의 출발점이 된 신앙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릴 땐 동네에서 말썽꾸러기로 통했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겉만 교인이었지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말술에 골초 등 그는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진 소위 '나쁜 일'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81년부터. 그동안 전과자들을 찾아 전도하고 교회의 궂은 일을 도맡아인터뷰>
[창립 10주년 맞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경인본부] 새삶 찾아주는 '생명나눔터'
입력 200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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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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