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당면한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이 지난 93년 3월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하면서 시작된 '한반도 핵위기' 상황 이후 10년만에 재연된 '북한 핵 사태' 해결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지난해 12월21일부터 잇따라 영변의 5MW 원자로 봉인제거, 8천여개의 폐연료봉 저장시설 봉인 제거, 핵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의 감시장치를 제거하면서 시작된 '북한 핵 사태'가 2003년 벽두에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사회에 휘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대선 후 김대중 당선자에게 'IMF 위기' 극복이라는 숙제가 주어진 것처럼 노 당선자에게는 '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난제가 부여된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핵 문제를 설득을 통해 해결할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 당선자의 북한 핵 사태 해결을 비롯 대북정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EU(유럽 연합) 등 국제사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선(先) 핵폐기 없는 협상은 없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고 '비 외교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새로운 정책조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기류에 따라 노 당선자는 오는 2월 25일 16대 대통령 취임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당선자 신분으로 매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선 직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고위인사 교환방문' 및 조만간의 회동에 대해 합의한데 이어 이달 중에 노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과의 회동이 예상된다.

이와관련, 노 당선자는 북한으로부터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받고 대신 경제협력 제공, 경제제재 철회, 체제보장 등을 주자는 일괄타결방안을 제안해 놓고 있어 이의 실현여부도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이어 지난 12월 23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선 후 첫 회동에서 상당부분을 이에 할애한 데 이어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 리 빈(李 濱) 중국대사, 데무라즈 라미쉬빌리 러시아 대사와 연쇄접촉을 갖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유관 국가들의 협조를 부탁하는등 다각도의 대응책을 찾고 있다.

'북한 핵 사태'가 그의 이같은 노력에 의해 '북-미간 대화 재개'로 귀결되면 이후의 남북관계는 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대북정책의 기조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노 당선자는 지난해 12월20일 당선 후 가진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비롯 그동안 각종 기회를 통해 '끈질긴 대화와 설득'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기본 원칙으로 천명해 왔고 남북간 교류·협력사업도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밝혔었다.

노 당선자는 또 대선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을 뿐 아니라 기존의 남북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누누이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정부에 의해 추진되어 온 일련의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기존 관계를 제도화함으로써 남북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선거공약에서도 대북정책 5대원칙으로 ●신뢰우선 ●국민합의 ●포괄적 안보 ●장기적 투자로서의 경제협력 ●당사자주도의 국제협력을 제시, 향후 적극적인 대북포용정책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임을 천명했었다.

이와관련, '노무현 정부'는 우선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과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1월14일 신년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남북한간 5대 핵심과제를 마무리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의선 복원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육로관광 ●이산가족 상봉 ●군사적 신뢰와 긴장완화 등 5대 핵심 과제 중 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 등 몇몇 사항을 제외한 교류협력과 관련된 과제들은 이미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이들 과제를 이행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는 또 '초 박빙'의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대북문제를 놓고 '남남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대북 5원칙의 하나로 국민적 합의를 제시했듯이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노무현 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인식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이제 한국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끌려다녀서는 안된다”면서 대북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개입을 강조해 왔다.

대북정책 추진을 둘러싸고 한미관계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대북정책에 있어서 나름대로 '등거리 외교'의 지렛대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