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도자엑스포의 성공은 도자전문가에게는 끝없는 연구와 분석의 필요성을, 정부측에는 도자산업을 끊임없이 지원육성하는 일본·중국의 모습을 간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도자산업 육성방안을 고심케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우리 도자산업의 현실은 아직도 암담하다 못해 비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956년 도자연구소로는 처음으로 설립된 한국조형문화연구소(성북동 가마)에 우리 도자의 우수성을 알아보고 재현의 필요성을 느낀 미국의 록펠러재단이 재정지원을 해 운영됐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태여서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일본·중국의 도자산업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작가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한 우리 도자산업은 지난 70년대와 80년대 대호황을 누리면서 이천·여주·광주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요장(窯場:도자기 가마터)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한때 수출도 어느 정도 신장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도자산업은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급감, 도자기업체의 불황으로 이어져 영세도자업체들이 줄도산을 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도자산업의 불황은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와 함께 도자업체의 자구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의 창작력이 발전하기는커녕 해마다 저하되고 한 요장에서 새로운 작품이나 제품을 생산하면 한 달도 안돼 똑같은 복제품이 싼 가격으로 시장에 나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더 나아가 한국도자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전문대학·도자 관련 고등학교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인재 배출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도 이를 수용할 업체는 자금이 부족, 고용능력이 없어 새로운 도자기를 개발하지 못하면서 문을 닫고 새로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돼 도자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자도시마다, 개인 업체마다 특성있는 디자인과 모양을 끊임없이 개발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도자전문가들은 이런 창작력의 부재현상을 두고 해마다 개최되는 지역도자기 축제를 재고처리축제라고 혹평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이름이 널리 알려진 도자업체 또는 작가도 성형능력(도자빚기)이 없어 인근 요장으로부터 성형한 도자기를 사들여 색을 넣고 구어낸 뒤 자기 이름으로 판매하는 등 일부 업체의 경우 도덕성마저 땅에 떨어져 도자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일본·중국의 경우 박사급 연구원만 수십명씩 두고 디자인·유약 등을 집중 연구개발한 뒤 업체에 공급하는데 비해 우리 나라는 요업기술원이 있다고는 하나 도자업체 집성지와는 거리가 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해 실질적인 도움을 자주 손쉽게 받을 수 없을 뿐더러 실제 도자생산이나 경영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 거의 전무하다.
더욱이 도자업체마다 일일이 하기 힘든 도자디자인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한 뒤 업체에 공급하는 전문적인 도자디자인 연구소는 전무한 상태여서 새롭고 신선한 도자기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세계도자기 시장 규모는 1년에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엄청난 시장을 영국·중국·독일·프랑스·일본이 석권하고 우리의 도자기 제품은 경쟁력이 약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전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철화용문호백자가 세계 최고가인 900억여원에 팔린 것처럼 우리 도자기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장개척 등을 통해 도자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이 지난 60년 이후 해외주재 대사관·영사관 등의 접대용 그릇을 모두 도자기로 바꾸고 대사관에서 도자전시회를 수시로 여는 등 도자기홍보대사 역할을 한 것을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배워 도자산업 발전전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도자업체수가 고작 1천여개에 그것도 대부분 영세업체인 우리 나라에 비해 도자업체수가 수천개인 일본, 도자업체수 수만개에 수천명의 학생을 배출하는 도자대학을 거느린 중국, 도자도시화한 독일의 마이센과 프랑스의 리모즈에서 쏟아져 나오는 최고 최신의 도자기를 누르고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 업계의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도자기의 명장뿐 아니라 도자기 관련 무형문화재를 청자·백자 등 각 분야별로 지정해 해외 도자시장에서 우리 나라 도자기의 권위를 세우는 것도 시급히 해야할 정부의 몫이다.
이런 면에서 경기도가 1천여억원을 쏟아 부으며 세계도자기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행사가 정부지원과 도자업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어져 도자기의 옛 명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도암 지순택 선생으로 부터 사사받아 40여년을 도예계에 몸담은
세계도자 비엔날레
입력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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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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