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문을 연 기업은행 칭다오(靑島)지점 이창영(49) 지점장은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로 철저한 사전준비와 '현지화' 노력의 부족을 들었다. 중국 경제와 시장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중국의 각 지방 정부가 제시하는 유리한 투자조건과 값싼 임금만 생각하고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 지점장은 기업은행내에서 소문난 '중국전문가'다. 지난 94년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중국에서 세번째로 큰 인민대학에서 공부하며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99년 기업은행 텐진(天津)지점의 부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은 뒤 3년동안 200여개의 국내 진출업체를 돌며 현장경험을 쌓기도 했다.
이 지점장은 “중국은 아직까지 법치와 인치가 공존하다보니 개인적인 인맥이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할 점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출심사를 하다 보면 일부 업체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나중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지 직원 관리문제에 있어서도 중국과 중국인을 '한수 아래'로 보고 무시하는 태도 역시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지점장은 “기업들이 자꾸 한국을 떠나는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대세가 그렇다면 빨리 인정하고 우리 나름대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등 대처방안을 찾는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