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는 문화의 불모지인가. 과거는 분명 그랬다. 분단 조국의 최전선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안겨준 결과였다. 그러나 북부 주민들은 한결같이 손사래를 친다. 이제는 아니다. 반드시 아니어야 한다.

이젠 지난 세월이 강요해온 '순결'을 오히려 새로운 문화의 자양분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때다. '문화'가 선두에 서는 21세기, 낙후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도 어쩌면 문화가 해낼 수 있을 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경기북부의 문화 인프라 실태와 북부 문화를 선도하는 의정부 예술의 전당, 파주 헤이리 아트 밸리, 문화도시 고양을 생각하는 예술가 모임의 활동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경기북부지역은 최근 지방분권에 대한 기대를 타고 문화적 토대와 인프라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참여와 자율'이라는 자치의 원리와 문화의 원리가 동심원적으로 포개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치단체장들의 문화정책도 서서히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경기북부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은 이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대와 정확히 맞물려 있다. 이를 제대로 포착한 문화예술을 창조해 낼 수만 있다면 경기북부가 통일 한국의 문화예술을 이끌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북부지역 문화의 현실과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짚어 본다.

 〈〈경기북부지역 문화·예술실태〉〉

북부지역은 전반적으로 문화시설을 비롯,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문화예술회관은 의정부 예술의 전당, 고양 문예회관, 양주 문예회관, 가평 문예회관 등 4곳에 불과하며 고양 일산문예회관, 고양 덕양문예회관, 포천 문예회관 등 3곳이 건립 중에 있고 남양주 문예회관은 2004년 착공에 들어간다.
 
이 가운데 1천석 이상 규모는 의정부 예술의 전당과 양주 문예회관, 건립중인 고양 덕양·일산문예회관 등 4곳에 불과하다. 인구에 비해 문화시설이 절대 빈곤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동두천의 경우 인구 당 시설이 전국 최하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북부지역 주민들은 지역에서 가장 강조돼야 할 문화·예술진흥 정책으로 문화행사의 지속적인 개최(30%)와 문화시설 정비 및 확충(19%)을 꼽았다.
 
이는 보다 많은 문화행사와 문화시설 확충이라는 해묵은 숙원이 경기북부에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신도시로 서울 인구 유입이 높은 파주와 고양은 공연장과 영화관 증축이 가장 시급한 문화정책으로 나타났다.

#기존 문화시설 운영의 시군별 편차

문화부와 문화정책개발원이 실시한 전국 문화기반시설 평가에 따르면 의정부시의 경우 예술의 전당과 청소년회관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수준의 문화기반시설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풍부한 문화예산이 배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두천시는 전반적인 문화기반시설, 문화발전을 위한 사업계획과 실적이 부족하며 54%의 재정자립도에 비해 문화관련 예산이 1%에 불과, 빈약한 문화재정을 드러냈다.
 
연천군의 경우 지역문화기반시설이 부족하지만 문화의 거리, 조각공원, 야외공연장 등 여건을 살린 기반시설 구축과 도서관 문화프로그램 확충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파주시는 역시 문화기반시설이 열악하고 효율적인 관리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나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며 노력도 돋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 활성화 방안

경기북부지역은 외지인 유입이 많아 지역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개발초기부터 주민들의 참여에 의한 동의와 문화적 영향을 고려하는 방식의 개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문화 정체성 형성을 위해 지역축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부족한 문화시설 확충이 시급하기는 하나 무작정 증설하기 보다는 일정한 공연·전시 관람인구가 고려된 시설을 조성해야 하며 중소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문화·예술 관련 전문인력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문화 관련 인력, 시설, 프로그램 등 각종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문화정보센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자치단체도 단순한 시설조성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욕구의 충족과 예술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과학적인 조사가 바탕이 된 계획부터 세워야 하며, 프로그램의 실행능력과 전문인력의 충원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의정부/김환기·최재훈기자·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