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5억년의 긴 세월동안 때로은 수풀로, 때로는 작은 동산으로, 거대한 산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동안 숲은 우리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경제적 이용대상으로만 평가받았고 사람들은 좋은 등산로나 쓸 만한 자원을 가졌는지 여부만 신경썼다.
 
하지만 이제 숲은 그 자체가 살아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체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본보는 창간 43주년 특별기획 '숲-생명이 숨쉰다' 시리즈를 통해 우리 나라에 있는 아름다운 숲, 살아있는 숲을 소개하고 나아가 인간과 숲이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1.일곱가지 보석 품은 칠보산

수원과 안산, 화성에 골고루 걸쳐있는 칠보산.
산자락마다 일곱가지 보물이 숨겨있다고 해서 '칠보'라고 불렸는데 여기서 칠보는 산삼과 맷돌, 잣나무, 황계수닭, 절, 장사, 금을 말한다. 골마다 물수렁이 많아 옛날에는 '질퍽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칠보산의 높이는 해발 234m에 불과하다. 582m인 수원 광교산의 절반 높이에도 못미친다.
 
그래서인지 광교산에 비해 인기도 덜하다. 흔히 등산간다고 하면 대부분의 수원시민들은 우선 광교산을 떠올리게 되고 지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들도 광교산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광교산은 명실상부한 '톱스타'의 위치에 있는 반면 칠보산은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지는 않지만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언더그라운드 스타'라고나 할까.

칠보산이 든든한 마니아들을 거느리게 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습지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거의 유일한 내륙 습지를 가진 곳으로 전형적인 습지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자랑거리다.
 
특히 산등성이 곳곳에 나무와 수풀이 보기 편하게 우거진 채 숲의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도 독특한 매력이다.

안산시 상록구 사사동 방향과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금곡동 방향 산중턱에 자리한 10여곳의 습지와 연못 주변에는 희귀한 동·식물이 많다.
 
눈썰미가 있다면 사진에서만 보던 끈끈이주걱과 통발 등 대표적인 포충식물들도 만날 수 있고 산 끝자락 텃밭에선 고구마꽃도 볼 수 있다.
 
까막딱따구리와 쇠딱다구리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칠보산이다. 이밖에도 노랑눈썹솔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등 다양한 철새와 텃새가 사철내내 이곳을 찾는다.
 
습지가 많은 탓에 곤충도 여러 종류가 사는데 봄에는 청띠신선나비와 멧노랑나비, 여름에는 풍뎅이나 하늘소, 사슴벌레, 가을에는 잠자리류와 메뚜기류가 하늘을 덮는다.

칠보산을 조용히 오르다보면 다른 산이 주는 느낌과 확연히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등산로를 벗어나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칠보산은 어느새 보전의 대상이 아닌 그저 곁에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바뀌게 된다.
 
옛말에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등산로만 따라가지 말고 숲을 따라가라'는 말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칠보산이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성호기자·starsky@kyeongin.com

도움주신 분-수원환경운동센터 이경애 간사, 칠보산도토리교실 임종길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