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 국민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마을 만들기 사업이 정부 각 부처별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정보화마을·소도읍가꾸기·아름다운마을,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해양수산부의 디지털 어촌마을, 산림청의 산촌마을, 농진청의 농촌전통테마마을, 문화관광부의 문화·역사마을만들기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NGO 등 시민단체와 민간 영역의 마을만들기가 시민사회·공동체의 모럴을 강조하고 자율성과 자발성에 근거해 생활의 변화를 꾀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공적 영역에서는 행정력과 예산 지원을 통해 애향심과 함께 수익 증대, 복지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천의 자채방아마을(대표·김길재·59)은 전국 200여곳의 체험마을 중 사람들이 많이 찾기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농진청 선정 농촌전통테마마을이다. 마을이름은 자채쌀(붉은 기가 도는 벼품종으로 진상미)과 이 마을에 있는 디딜방아, 연자방아, 물레방아에서 따왔다.

군량리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2001년 테마마을로 선정돼 원두막과 샤워장, 미꾸라지잡기 체험장 등을 만들고 자전거 50대를 구입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해 지난해 7월 20일 체험마을로 문을 열었다.

이 마을이 특기할 만한 것은 볼만한 자연경관이나 문화유적 없이 '촌(村)스러움'에 승부를 건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기대를 품고 온 사람들은 볼것없는 마을에 들어서면 실망하고 돌아가기도 하지만, 가족단위로 와서 느긋하게 1~2일 놀다 보면 돌아갈 때 “정말 좋았다”고 감사인사를 한다는 마을이다.

이 마을의 프로그램은 김 대표가 어릴적 하고 놀던 장치기(하키 채같이 생긴 기다란 채로 짚공을 치며 하는 놀이), 정(井)치기(골프와 비슷한 놀이), 미꾸라지 잡기, 여치집 만들기, 뗏목타기, 썰매타기 등과 쌀도정(내가 만든 쌀), 옥수수 따기, 고구마 캐기 등 농촌에선 특별할 것도 없는 것들이다. 방문객 숙소도 따로 짓지 않고 농가에서 민박을 하고 재래식 변소 등 농촌의 불편함도 그대로 겪게 한다.

김 대표는 “농촌이 지금도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어서 당시 김우재 이장이 테마마을 지정을 추진했다”면서 “여름방학동안은 사람이 꽤 많아 민박과 점심을 제공한 집에 100만원 정도씩 돌아갈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투명한 돈 관리는 가장 중요하다. 이 마을은 9명의 운영위원들이 구성돼 있고 민박가정과 점심가정으로 나뉘어 있다. 회비는 운영회에서 일괄 접수해 한 달 단위로 결산한 뒤 분배한다. 직장이 있는 김 대표는 마을을 위해 무급 자원봉사하고 있다.

자채방아마을은 전국 200여곳에 달하는 체험마을 중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성공적인 사례다. 상당수가 포장만 그럴 듯할 뿐 내실이 없다는 뜻이다.
마을만들기가 농로 정비와 주거 환경 개선, 어린이놀이터 조성 등 예전부터 해왔던 사업을 이름만 그럴싸하게 고친 경우가 많다.

또 경기도내 농촌 마을들은 예산의 한계와 땅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개 마을에 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사업비의 일부는 농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 융자금을 떠안게 되는 모순을 낳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전국문화원연합회와 파트너십을 통해 하고 있는 문화·역사마을만들기 사업도 1차 연도에는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기초작업을 하고 이후로는 추진위원과 주민들이 자생력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 대안은 없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또 수원 연무동처럼 이미 도시화 돼있는 마을은 유적 발굴·복원의 한계는 물론 전체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을이란 결국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민 요구와 상관없이 추진해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는 것은 가장 나쁜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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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제21전국협의회는 지난 6월 충북 청주에서 '마을의제21 네트워크 워크숍'을 열고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협의했다. 이 자리에는 국내 사례와 함께 해외의 사례가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외국에서는 특히 생태, 도시 미관 등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해외사례를 김해창(국제신문 기자)씨의 발표문을 통해 알아본다.
 
◇일본 도쿄 무사시노시 미도리마치 아파트 단지=1986년 임대주택이 재건축 사업을 하면서 구마모토 대학 엔도 야스히로('창조적 주거만들기-모여서 사는 즐거움을 아십니까'의 저자) 교수와 함께 주민참여를 통해 재건축을 했다. 특징은 주택을 소유가 아니라 '이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함께 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입주민 각각의 취향을 살려 공간설계를 하고, 모두 모일 수 있는 광장과 공동시설을 만들며 외부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으로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