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가 민들레 홀씨를 날리기 시작했다. 주로 유치부와 중등과정이던 대안교육이 초등과정으로 확산되고 있고, 무엇보다 기존 교육과 다른 철학을 바탕으로 한 대안교육 운동이 학교 담장을 넘어 지역공동체로 씨앗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과천 무지개교육마을(대표·이창구)은 초등과정 대안학교인 무지개학교가 띄워올린 홀씨다. 이 마을의 탄생은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한다. 과천은 공동육아조합이 3곳으로 다른 지역보다 대안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다. 공동육아조합을 다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부모들은 자연스레 초등과정의 대안교육을 생각하게 됐고 올해 3월 문원동에 초등 대안학교인 무지개학교를 열었다. 현재 20여명의 학생이 기존 학교와는 조금 다른 교과 과정을 배우고 있다.
학부모들은 무지개학교를 개교하고 두 달 만에, 아직은 연약한 이 학교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지개교육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은 학교를 지원(support)하는 교육공동체인 셈. 하지만 학부모회는 아니다. 학부모들이 참여하기는 하지만 대안교육에 대해 관심있는 지역주민과 교육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한 열린 공동체다. 이 대표는 “학부모와 지역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대안적 교육과 공동체적인 삶에 대해 모색하는 공동체”라며 “교육에 대해 같이 고민하면서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 스스로의 삶도 같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무지개교육마을은 현재 교육사랑방과 공동체사업부, 중등준비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마을학교와 연구소격인 교육샘을 준비하고 있다. 1년 전에 시작한 교육사랑방은 매주 1회 소모임을 갖는 외에 '열린 강좌'를 열고 있다. 올해는 간디학교 양희창, 녹색대학 허병섭, 아하청소년문화센터 유외숙씨로부터 교육과 먹거리, 성에 대한 강의를 들은 데 이어 마지막 강좌로 지난달 21일 과천시민회관 세미나실에서 마을공동체연구소 문재현 소장을 초청해 '새로운 가족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소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생활에 근거한 혁신적 마을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날 참석한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 50여명은 강의를 경청한 뒤 고뇌어린 질의를 쏟아냈다. 한 회원은 “현대사회는 각자 사는 모습이 다르고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공동체로 어우러질 수 있는 지 의문이 든다”고 말하자 문 소장은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과제를 돌려줬다. 또 한 회원은 “가족 내에서도 의식과 가치의 공유가 어렵다”며 가족내 소통의 출발점과 속도를 물었다. 문 소장은 “한 개인, 한 가정이 문제를 풀 수 없고 공동체에서 한 가지라도 집중해서 실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놀이'를 통한 방법을 제안했다.
무지개교육마을은 내년 '마을학교'를 시작하려고 준비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본격 워크숍을 열어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지역의 시민·문화단체와도 교류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전통사회의 마을은 농사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21세기의 마을은 학교라는 공통분모 속에 가능하지 않을까? 이 대표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교육은 삶이며 양자가 분리되지 않을 때 작은 범주라도 사회가 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재팀
팀장=양훈도 문화부장
글=류주선·류재명기자
사진=한영호·김종택·임열수기자
[생활속의 문회현장] 열린 교육공동체 과천무지개교육마을
입력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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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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