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우리당의 거듭된 출마요청에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며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원혜영(52) 부천시장이 오정구를 지목,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며 출마를 선언했다.

이렇게 되자 3선은 문제없다며 여유있게 지역구를 관리하던 민주당 최선영(61) 의원이 다급해졌다. 최 의원은 원 시장이 오정구를 택한것은 주민들을 우습게 알기때문이라며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부지런히 표밭을 누비고 있다. 원 시장은 지난 15대(96년) 총선당시 김대중 전대통령이 이끌던 국민회의에 입당하지 않고 민주당을 고집하다가 최 의원에게 아깝게 패한 전력을 갖고 있어 이번이 설욕의 기회이다.

이같이 새롭게 형성된 원 시장과 최 의원이라는 양강구도의 틈을 비집고 한나라당 박종운(44) 지구당위원장과 역시 같은당 공천을 노리는 하태호 전 이만섭 국회의장 비서관도 10여년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연고를 내세우며 표밭갈이에 분주하다.

경기도의회 서영석(46) 부의장 역시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출마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이 지역 토박이이면서 농협조합장 출신인 최 의원은 탄탄한 조직과 두터운 인맥이 강점이다. 요즘도 매일 오후면 어김없이 지역구에 나타나 점퍼차림으로 아파트 단지와 시장등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는 최 의원은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와 누구와도 어울리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표밭을 다지고 있다. 두드러진 의정활동이 없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화려하진 않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왔다며 주거환경 개선과 재래시장 활성화등 부천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진 오정구 발전을 위한 예산확보등을 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후 민주당과 우리당이 분당되면서 철새들은 모두 떠났지만 자신은 민주당을 지키고 있다는 의리론과 뚝심을 이미지로 전통적인 여권지지층의 결집을 꾀하고 있다.

시장 재임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와 대학생 애니메이션 축제, 교육박물관등의 설립, 만화산업의 육성등 문화산업에의 집중투자와 행사등으로 부천의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원 시장 역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시장직 사임통보서를 시의회에 보낸 원 시장은 17일로 예정된 퇴임식을 앞두고 오정구내에 새로운 사무실을 물색하는 한편 시장으로서의 인기와 치적을 표로 연결시키기위한 물밑구상에 분주하다.

원 시장은 이미 전국적인 인물로 부각된 자신의 이미지와 노 대통령등 현 여권과의 두터운 인연등을 내세우며 자신이 당선되면 지하철 7호선 연장노선 건설등 예산지원이 필요한 부천시의 현안들에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더 많이 따 낼수 있다는 '큰 인물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원 시장은 다만 지난 자치단체장 선거때 “반드시 4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출마하는데 따른 상대후보들의 공격등 역풍을 어떻게 최소화할것이냐에 신경을 쓰며 지역구의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에서 모두 후보를 내세울것이 확실해지면서 여권표의 분산 역시 필연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박종운 한나라당 위원장은 “이번이야말로 당선의 호기”라며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선거후 4년동안 지역구를 떠나지 않고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와 누구보다도 지역사정에 밝고 지역현안 해결에도 앞장서왔다는 사실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 위원장은 또 자신의 운동권 경력과 젊음이 노쇠정당으로 비쳐지는 한나라당에도 새기운을 불어넣을수 있다며 인터넷 세대인 20∼30대 젊은 유권자층을 끌어들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위원장에 맞서 내년 1월로 예정된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하태호 전 이만섭 국회의장 비서관도 10여년동안 지역에 살면서 닦아온 인맥등을 총 동원해 부지런히 표밭을 누비고 있다.

정치학 박사로 중앙대와 명지대에서 강의를 한 경력과 국회에서 일해온 경험을 살려 젊은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하태호씨는 꾸준한 조기축구회활동등을 통해 형성된 내 이웃의 젊은 일꾼 이미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씨는 경선만 제대로 되면 공천은 문제없다며 발로뛰는 정치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며 젊음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의회 서영석 부의장도 정치권의 풍향을 예의주시하며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고 자민련 지구당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종업(41)씨 역시 신중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서 부의장은 경우에 따라 시장 보궐선거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오정구는 농경지가 아직도 많은 지역적 여건과 현실정치에 불만을 품고 있는 30∼40대 서민층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다 호남출신 유권자들도 몰려 있어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따라 희비가 엇갈릴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분열에 따른 표의 분산과 힘쏠림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