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부지역에서 광교산만큼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도 드물다.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이면 어림잡아 평일 2천~3천여명, 주말에는 1만여명까지 몰리기도 한다. 눈덮인 겨울산의 매력도 만만찮아 추운 날씨에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고 있고 적당한 굴곡은 산을 오르내리는 재미를 더해준다. 무엇보다 해발 582m에 이르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등산코스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해도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어 매력을 더한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스타'급 산이다.
그러나 이처럼 각광받는 산이라고 해서 복잡하다거나 정신없지는 않다. 오히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돋보이는 것이 광교산의 참 매력이다. 무엇보다 도심속 산답게 친절한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고 감나무 한가로이 서있는 수확 끝난 농촌의 정경도 만끽하면서 숲의 정취를 가득 품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광교산이다.
#광교산 산행
광교산은 높이에 비해 산자락은 길고 넓게 펼쳐져 있다. 북쪽으로부터 수원시를 넓게 감싸안는 모습이면서 용인시와의 경계선 역할을 한다.
광교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 고려 태조 왕건때에 현재의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통 반딧불이 화장실이 있는 경기대 출발 코스가 가장 인기있는 등산코스다. 산행을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경기대에서 출발, 빠른 걸음으로 30여분, 조금 느리게는 1시간여만에 문암골로 내려오는 '약식등산'도 괜찮다. '고작 30분~1시간 오르내리는 것이 무슨 등산이냐'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겠지만 초보자들이 광교산의 모든 매력을 '맛보기'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반대로 문암골에서 출발하는 산행도 색다르다. 우선 멀리 움푹 들어간 산골짜기를 보며 가다보면 주위에는 제법 널따란 논과 밭이 나온다. 여느 시골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속 산에 딸린 풍경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골풍경이 정겹다. 마치 시골 논둑길을 걷는 느낌으로 한참을 가다보면 길 한편에 콩이며 손수 쑨 메주며, 채소를 벌려놓고 파는 할머니들도 만날 수 있다.
논밭 한편으로는 감나무 한그루가 제법 넓게 가지를 벌린 채 서있고 갈대밭도 만만찮게 우거져있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그렇게 여유롭게 걷다보면 어느덧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양쪽으로 울창한 소나무숲을 따라 가운데에는 제법 많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가까이 보면 대도시 숲속 계곡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수면위로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그대로 비치고 투명한 계곡물속으로는 제법 알이 굵은 송사리도 보인다.
산등성이를 빼고 대부분이 이처럼 소나무숲으로 빽빽하게 이뤄져있다. 가을, 겨울에도 나뭇가지들로 가득 찰 정도여서 여름에는 햇빛을 보지 않고 산행이 가능할 정도니, 인공시설이 가미되지 않은 천연의 산림욕장이나 다름없다. 광교산 마니아들이 손꼽는 매력도 바로 이 소나무숲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때로 숨가쁘게 가파른 길도 많다. 그러나 곧 완만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지루함을 덜어준다. 등산길이 다소 좁다는 느낌이 들어 급할 때는 앞사람을 제쳐야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급한 사정만 없으면 여유롭게 '양보의 미덕'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광교산이다.
여러 가지 산행코스가 있겠지만 최장코스를 가면 약 4시간 가량 걸린다. 경기대에서 출발, 형제봉과 비로봉, 광교산을 거치고 노루목과 억새밭을 지나 상광교동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상광교동과 경기대앞까지는 마을버스가 다니기때문에 차량 걱정은 접어도 된다.
#광교산 이모저모
광교산의 대표적인 출발점과 종착점에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들이 있다. 출발점인 경기대쪽에 자리한 반딧불이 화장실. 화장실문화 개선운동의 중심지인 수원에서도 반딧불이 화장실은 가장 상징적인 존재다. 한때 관광코스로까지 각광받았고 지금도 광교산 등산객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존재다.
특히 남자화장실에서 창너머로 광교저수지를 바라보면 잠시 본래의 목적(?)을 잊게 된다.
도착점인 상광교동이나 문암골 주변에는 어림잡아 50여곳에 이르는 보리밥집이 있다. 등산을 마친후 들러서 보리밥을 먹거나 시원한 막걸리에 두부김치를 곁들이는 일은 어느덧 광교산 등산코스의 마지막으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보리밥을 먹기 위해 산행에 나선다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도움 및 자료제공: 박영춘의 산행정보(www.gosan21.net)>
◆수원팔경
▲광교적설(光敎積雪)=광교산에 눈쌓인 모습. 겨울 백설도 장관이지만 이른 봄, 춘설도 비경으로 손꼽힌다.
▲팔달청람(八達晴嵐)=수원 중심지에 솟은 팔달산의 청솔 숲이 안개에 싸여있는 전경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씻어주고 시름을 잊게 만들어 준다.
▲남제장류(南堤長柳)=남제는 화홍문에서 화산릉까지 이르는 수원천의 긴 제방으로 그 둑 양편에 늘어서 있는 수양버들을 일러 장류라고 한다.
▲화산두도움>
[숲, 생명이 숨쉰다] 수원 감싸안은 '광교산'
입력 2003-12-23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12-23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