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민간의 전문성을 보다 과감하게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었던 해였다.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의 법인화, 몇몇 지자체에서 준비중인 문화재단 설립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또 아직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문화공간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계획이 보다 구체화됐고, 교육분야 강화도 눈에 띈다.

경기문화재단은 그동안 기금지원 등 '사업'에 치중하던 데서 탈피해 조사·연구·평가·컨설팅 분야로 영역을 넓혔고, 기존 문화세력 외에 아마추어 및 문화예술교육 영역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법인화

시기상조와 준비 미흡 등의 논란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도문예회관 법인화 조례'가 경기도의회를 무난히 통과함에 따라 13년이란 도 사업소로서의 역사를 접고 내년 6월께 독립법인 '경기문화의전당'으로 출범하게 됐다. 법인 출범과 함께 내년 7월1일 개관 예정인 도립국악의 전당과 도 소속으로 남은 도립예술단을 도로부터 수탁 운영할 예정이다. 법인화는 공무원 순환보직과 총정원제, 비전문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 전문가와 시스템을 도입해 보다 발전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도내 시·군 문예회관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인화 추진과정에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 여론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 등 민주적 과정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화재단? 문화예술위원회?

문화행정이 기존 행정체제로는 한계에 달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문화서비스를 위해 새로운 기구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고양과 인천이 문화재단 설립을 확정하고 내년 출범을 예정하고 있으며 수원도 오는 2006년을 목표로 문화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 중앙 차원에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진흥위원회로의 전환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독임제(獨任制·권력이 수장 일인에게 집중) 형태보다 위원회 제도가 민간 마인드와 욕구를 수렴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일었다. 이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도 도 문화정책 등을 심의할 지역문화예술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내년 초 위원회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앙 차원과는 전혀 별개의 기구여서 문화정책 난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인프라 구축

포천반월아트홀과 폐교를 리모델링한 광주 분원백자관이 문을 열었다. 내년엔 용인에 경기도립국악의 전당이 개관한다. 현재 성남시문예회관, 고양오페라극장이 건립중이며 내년 상반기엔 백남준미술관(용인), 하반기엔 효행원(화성), 도립미술관(안산)이 착공될 예정이다. 실학박물관, 경기북부 제2도립미술관 등도 추진되고 있어 아직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는 문화인프라 구축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분야 부상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이 7월부터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전통문화·인문학 베이스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부천문화재단에서 기존 강좌와 차별화된 문화교육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도가 운영해 왔던 학교도서관활성화사업은 내년 3월부터 도교육청으로 일원화된다. 대신 예산지원은 지속된다. 영어캠프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안산, 파주, 경기동북부 등 세 곳에 영어마을이 조성된다. 또 지역주민과 학생이 함께 이용하는 열린학교도서관 건립이 내년 경기 남·북부 2곳에 연면적 500여평의 소규모로 시범 건립된다.


#경기문화재단 정책 기능 강화

설립 6주년을 맞아 그간 활동을 총정리한 '경기문화재단 백서'를 발간하고 문화 관련 조사·연구·컨설팅 등 문화정책 데이터 베이스 구축과 정책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기존 공연예술 분야 외에 마을축제 등 아마추어 활동, 대안 예술교육 등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재단은 올해 실시한 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내년에는 문화예술진흥정책의 방향을 새로이 잡고, 지역예술가와 비평가를 결합해주는 '문화 크러스터 사업'을 여주 광주곤지암 등 세 곳에서 시범 실시할 계획이며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아트페어를 계획하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