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타슈켄트공항을 출발, 2시간 걸려 도착한 카자흐 알마티 공항.
수도에 위치한 국제 공항인데도 시골 시외버스터미널 같은 초라한 규모였다. 그러나 외부로 나오면서 신국제공항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사실을 알았다. 정적인 분위기의 우즈벡과는 달리 카자흐에서는 첫 입국때부터 개발의 기계음이 외부인들을 맞았다.
다른 점은 또 있었다. 상대적으로 잘 정돈된 도로사정과 벤츠와 볼보 등 길을 꽉 메운 고급 외제차량들은 카자흐의 경제상황이 이미 우즈벡의 경제수준을 능가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도시 전문직 근로자의 한달 월급을 비교하더라도 우즈벡이 월 4만원선인 반면 카자흐는 10만~20만원선이다.
#무한한 개발잠재력=2000년 6월 카스피해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고 원유개발을 노린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구 자본이 대거 뛰어들면서 급격한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금, 우라늄, 구리 등 각종 광물이 다량매장된 풍부한 지하자원은 외국자본을 꾸준히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로 90년이후 중앙아시아 5개국에 투자된 220억달러의 외국투자액중 83%인 180억달러 정도가 카자흐에 몰려있으며 주로 석유 가스산업에 집중돼 있다.
원유매장량은 CIS국가중 러시아에 이어 2번째인 1천100억~1천300억배럴로 추정되고 있으며 90년대초 41만5천배럴에 불과하던 1일생산량은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2002년에는 1일 83만배럴로 급증했다.
현재 원유 가스산업은 카자흐 정부재정의 30%, 수출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카스피해를 둘러싸고 있는 러시아, 이란 등 5개국간의 카스피해 영유권분할문제가 타결돼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될 경우 카자흐는 중동을 대체할 제2의 원유공급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카스피해 영유권 분할분쟁은 러시아, 카자흐, 아제르바이잔,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등 5개국이 해안선길이에 비례해 영유권을 분할하거나 일괄 균등분할하는 문제를 놓고 5개국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문제다.
이밖에 비철금속 등 풍부한 지하광물자원도 카자흐의 경제성장잠재력을 더욱 높여놓고 있다. 우라늄은 확인 매장량만 45만t으로 세계2위로 연간 3천500t을 생산, 러시아와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또 전세계의 21%가 매장돼 있는 크롬 등 풍부한 광물자원의 자산가치는 약 2천457억달러로 원유 가스사업에 이은 2번째 핵심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우즈벡에서는 개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그러나 카자흐는 이미 98년부터 개인의 토지 소유를 법으로 인정했다. 때문에 유전개발과 외국인투자급증으로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한국의 '명동'과 같은 알마티 '레니나' 거리의 땅값은 불과 1년새 평당 30만원에서 50만원이 올라 80만원에 달하고 있다.
2001년말 카자흐에 들어와 알마티시에서 건축업을 하고 있는 이승우(40) 사장은 “알마티시를 차로 돌아보면 곳곳에서 아파트와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1년전까지만 해도 차가 없던 거리에는 교통정체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카자흐의 경제발전속도를 설명했다.
이 사장은 또 “대부분 독립이후 독재국가체제를 구축하고 대통령들이 개인적으로 치부를 하면서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르게 카자흐 나자르바예프대통령은 99년 IMF체제당시 개인 재산을 국가에 헌납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등 경제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카자흐는 충분한 발전가능성을 지닌 나라”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자흐정부는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투자자산 강제수용금지 등 외국투자법(94년)과 파산법, 투자지원법(97년)제정 등 적극적인 투자보장정책을 펴고 있다.
카자흐 정부는 또 정부가 규정한 우선사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계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2~8년간 최고 100%까지 세금을 공제하고 투자에 필요한 장비 및 원료에 대해서는 전액 또는 일부 관세면제 등의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통제방식의 경제정책과 아직까지는 외국투자기업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일부 국내법조항 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석유와 광물 등 지하자원 채굴분야에만 치중돼 단순한 자원국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글=김진태·왕정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