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80년대 수출 중심의 국가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던 지역이 바로 인천 북부권이다. 그러나 사실상 물량 중심의 수출 정책이 수명을 다하면서 이 지역의 기능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공항, 항만 개발에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갖가지 '장밋빛 정책'이 쏟아져 인천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지역 주민들이 받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오래 전부터 인천과 거리를 둔 별개 도시처럼 여겨지는 '이질적 정서'의 벽도 허물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
　
우선적으로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부평공단을 끼고 발전했던 구도심에 대해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게 이 곳 주민들의 요구다.
　
●북부권이 안고 있는 구도심 문제
　
부평공단은 입주 업체들이 파산하거나 중국 등지로 공장을 옮기면서 심각한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다. 비어 있는 공장들이 갈수록 늘어나 심각한 지역 문제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또 부평공단 인근 산곡 1동이나 청천1동, 십정동, 부평 3동 등지에는 '달동네'가 흉물처럼 남아 주거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특히 오는 2008년까지 이전하기로 돼 있는 부평미군기지가 오랫동안 부평지역의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60만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문화시설 하나 없는 것도 지역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도·농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는 계양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 이 지역은 대대적인 택지개발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효성동이나 작전동 일부, 서운동 등지의 경우 슬럼화의 정도가 심각하다. 신·구 도심이 극단적으로 배치된 게 바로 계양지역이다. 또 계양산을 중심으로 녹지와 대규모 농지가 공존하다 보니 법망을 피해 난립하고 있는 무허가 영세 업체들도 이 지역이 안고 있는 도심문제로 꼽히고 있다.
　
●구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한 노력과 대안
　
부평구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산곡 1동이나 부평 2동, 십정 1동, 갈산 1동, 청천 1동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 곳은 주거지역으로 조성된지 30~40년이나 지나 노후화했다. 그러다 보니 주민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구는 저렴한 투자 비용을 들여 구도심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리모델링 사업을 주민들에게 적극 권유하고 있다. 또 도로망을 확충하고 동네 단위의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예산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구는 특히 지난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부평공단을 회생시키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구 삼익악기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민간 자본을 유치한 것이다. 이와 함께 GM·대우를 축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집적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하고 있다. 구는 이밖에 북부지역의 문화 기반 구축을 위해 새로운 문화예술회관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계양구는 지역에서 가장 낙후한 효성 1동 보람농장을 산뜻한 주거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400여개의 무허가 공장들이 난립해 있는 이 곳은 현재 업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이전 부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함께 구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서운동 지역에 중소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구는 이 곳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영세업체들을 대규모로 유치함으로써 자립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부평, 계양구가 구도심 개발 사업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데 고민이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의 대부분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당국에서 예산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