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새옷을 사주려고 나왔어요. 몇벌 팔면 한벌은 사줄 수 있지 않겠어요.”
지난달 26일 오후 서너살짜리 아동복 10여벌을 들고 나와 좌판을 벌인 주부 박현주(35)씨의 얼굴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희색이 만면했다.
옷 한벌 값이 3천원. 공짜나 다름 없는 가격이지만 그래도 버리는 것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팔면 새옷 한벌 값은 되지 않겠느냐는 게 박씨가 만족하는 이유다.
헌책 100여권을 펼쳐놓은 평촌중 이지희(14)양은 “교과서 참고서 소설책 등 거의 모든 책이 있고요, 한권에 500원만 받아요”라며 “수익금은 학교기금으로 만들어 필요한데 활용한다”고 말했다.
'헌옷에서 생활용품, 학용품, 헌책, 속옷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안양 평촌 중앙공원 앞 '차없는 거리', 알뜰 벼룩시장에 가면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지만 폭 4m, 길이 200여m의 도로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좌판을 늘어놓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갖가지 물건을 갖고 나와 살 사람을 찾는 시민과 혹여 원하는 물건이 나오지 않았을까 둘러보는 사람, 단순히 구경나온 사람에 이르기까지 함께 뒤섞이며 장사진을 이루기 때문이다.
물건값도 천차만별이다. 100원짜리 학용품부터 대체로 1천~3천원선이면 구입이 가능하고 비싸야 몇만원에 말만 잘하면 공짜로도 준다.
심지어 조그만 박스에 쓰지는 않지만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을 담아가지고 나와 '필요한 사람은 아무나 가져가세요'라며 나눠주는 사람도 있다.
알뜰 벼룩시장에는 헌옷과 신발, 그릇, 심지어 막대사탕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온갖 잡동사니가 모두 거래된다.
인형과 장난감을 들고나온 유치원생에서부터 헌책을 팔러나온 중학생, 적은 용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러나온 대학생, 풀지않은 그릇세트를 들고나온 주부, 멀쩡한 구두를 모아 나온 할아버지까지가 벼룩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이자 판매원이다.
평촌중앙공원 차없는 거리에 매주 토요일 알뜰 벼룩시장이 들어선뒤 이곳은 새로운 안양의 명소로 떠올랐다.
헐값에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데다 색다른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정상현(22)씨는 “친구들과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사러 나왔다”며 “처음에는 구경삼아 나왔는데 물건도 많고 값도 싸서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와본다”고 말했다.
벼룩시장이 처음 개장된 것은 지난 2001년 4월로 처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시민들의 참여가 적었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며 하나둘씩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 좋은 물건도 많이 나오는 등 시장이 활성화돼 현재는 하루 평균 1천여명이 이용하는 명실상부한 시장이 됐다.
올해의 경우 지난 3월 중순 개장된뒤 5월말까지 13회 운영, 이용객이 12만6천명을 넘어섰으며 지난해도 1년 동안 28회 벼룩시장을 열어 27만여명이 이용하는 등 시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이곳 벼룩시장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찾고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 건전한 소비문화정착과 함께 학생들의 참 교육의 장을 제공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벼룩시장을 처음 제안한 안양시청 직원은 “처음에는 아나바다운동(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의 일환으로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현재는 벼룩시장에 대해 알려지며 다른 시군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온다”고 말했다.
차없는 거리가 벼룩시장으로 남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중앙공원에 위치하고 있어 토요일 가족들의 왕래가 많은데다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청소년들의 휴식공간이 바로 인근에 위치, 쉽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공원은 멋진 수경시설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휴식공간과 부담스럽지 않은 시장이 서로 연결되는 계기가 됐다.
또 다른 성공요인은 사회단체 주관으로 계절마다 각종 특색사업을 벌여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학기 교복전이 대표적인 것으로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고난 교복을 모아 수선한뒤 염가로 판매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절약의 미덕을 살리고 있다.
또 일정기간을 정해 자전거 등 생활용품을 무료로 고쳐주는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고 있다.
벼룩시장은 비교적 규모가 크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질서있게 운영된다.
나오는 순서에 의해 접수증을 받고 원하는 자리를 찾아 물건을 벌여놓으면 바로 시장이 형성되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두 즐거운 가운데 거래가 이뤄진다. 여기에 간간이 호기심에 나온 시민들이 신기한듯 감탄의 말을 내뱉는다.
시에서 3명의 직원이 교대로 나와 천막과 의자를 비치한 휴게소를 설치해주고 안내소에 식수대를 비치해주는 것 외에 모든 것은 참여
[뉴스존] 안양의 명소, 평촌 중앙공원 벼룩시장
입력 2004-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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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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