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인들이 즐겨먹는 음식 호쇼르다. 모양은 우리네 호떡을 연상시키지만 그 안에 고명이 다르다. 이들은 보통 양념한 양고기로 고명을 넣고 기름에 튀겨낸다
*몽골인의 衣食住.

몽골 사람들은 의상에 있어 별로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은 듯하다. 실제 내가 몽골을 방문했던 한여름(7~8월 사이)에도 두꺼운 가죽 점퍼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가죽장화를 신고 대로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하고 특히 사막지역이나 북쪽 고지대에선 겨울은 말할 것도 없고 여름에도 밤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지역적인 영향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대개 겨울에는 모두 양털로 된 겉옷을 입는다. 이때 두껍고 긴 점퍼나 파커에 짐승의 털로 만든 사각형의 털모자 및 장갑 등을 착용하지만 노인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그들의 전통 옷인 ‘델(Del)’을 입는다. 평상복과 외출복이 특별히 다르지 않는 델을 입을 때는 '부스’라는 허리띠를 매는데 부스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말을 탈 때 격렬한 움직임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예를 갖춰 착용하는 것은 ‘말라가이(Malsgai)'라 이름하는 모자를 쓰고 '구탈(Gutal)'이라는 긴 가죽장화를 신는다. 이는 말을 타고 옆 마을로 잠시 일을 보러 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물이 귀한 겨울에는 대개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봄이 오고 따뜻해지면 점점 밝은 색깔의 옷을 입는다. 그러나 울란바토르 같은 대도시에서는 서구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 탓인지 특히 젊은 여성들의 타이트한 옷차림과 과감한 노출은 서양 어느 나라 못지 않다.
 
그들의 주식인 양을 잡을 때는 양의 앞다리를 잡고 명치를 날카로운 칼로 찌른 후 그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대동맥을 끊는다. 몽골의 식문화는 크게 하얀색과 빨간색으로 구분하는데 하얀 음식이 가축의 젖으로 만든 유제품을 총칭하는 것이라면, 빨간 음식은 고기를 일컫는 말이다. 몽골인의 주식은 주로 양고기, 소고기 등 육류에 의존하고 있다. 고기 삶은 물에 밥이나 면을 섞기도 하지만 주로 고기를 그대로 삶아 소금에 찍어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혹독한 추위와 생활 습관 때문인지 이들은 손님이 방문하면 일단 보드카를 권한다. 그리고 음식을 들기 전 수태차(수태차는 끓는 물에 우유가루와 짭짤한 맛을 내는 약초를 섞은 것으로 익숙해지면 보리차 마시듯이 마시게 된다.)로 목을 축이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식사는 고기와 야채를 섞어 소를 넣고 그것을 찌거나 기름에 튀긴 만두 ‘보즈’를 즐겨먹는다. 그러나 야채가 귀한 탓에 만두 소는 거의 양고기나 소고기만을 넣는다. 그밖에 밀가루에 고기와 야채를 넣어 얇게 만들어 튀겨먹는 ‘호쇼르’가 있다.
 
또한 이들은 양고기로 ‘허럭(양고기 찜으로 만든 전통음식)'을 만드는데 담백하여 우리 입맛에도 무리가 없다. 야외 어디서나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이 요리를 하는데, 우선 두꺼운 장작 위에 주먹만한 돌을 올려놓고 뜨겁게 달군 다음, 큰 양은솥 안에 적당히 자른 고기를 감자, 당근과 함께 넣고 소금과 향료를 고루 섞은 뒤 달구어진 돌을 사이에 넣고 1시간쯤 기다린다. 고기가 다 익으면 한꺼번에 넓은 쟁반에다 펼쳐놓고 둘러앉는다.
 
고기를 먹기에 앞서 솥 안의 뜨겁게 달구어진 돌을 꺼내 이 손 저 손으로 옮겨가며 뺨이나 배 등에 대주면 혈을 자극시켜 건강에 도움을 준다하여 장난처럼 돌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지고 놀던 돌이 어느 정도 식을 때쯤 제 각기 원하는 부위를 골라 먹는다. 사람들은 기름기가 적당히 섞인 연한 가슴살을 가장 선호한다. 식사를 할 때 보면 저마다 어딘가에 지니고 있던 조그만 칼을 꺼내는데, 각자 자신의 칼을 이용해 살 한 점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발라먹는다. 식사를 할 때 곁들이는 것은 숭늉과 같은 따뜻한 수태차(식당에서도 물대신 수태차가 나오는데 어디든 양껏 마실 수 있다)가 나오고 그밖에 꼭 따라나오는 것은 우리네 막걸리와 비슷한 술 '아이락'이다.
 
아이락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유주인데, 말젖으로 만든 몽골의 대표적인 술이다. 몽골인에게 아이락은 술보다는 음료에 가깝다. 말 젖을 발효시켜 만든 이 순한 술은 맛이 조금은 시큼하며 건조한 풍토에 살아가는 그들에게 더위와 갈증에 도움을 준다. 가정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인으로부터 거의 예외 없이 우리의 막걸리보다 조금 더 짙은 색깔의 술 ‘아이락’을 대접받게 된다. 알코올도수가 낮다고 하여 사기 사발 가득 주는 대로 받아 마시다 보면 취하는 건 시간 문제다. 도시 뒷골목이나 시골에 가면 길가에 서서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독한 보드카나 아이락을 물처럼 마시는 그들의 음주 습관 때문이라고 누군가 일러주었다. 그러나 금방 짠 우유나 아이락 또한 처음 마시는 사람은 배탈의 염려가 있으므로 조금씩 양을 늘려가야 한다.
 
몽골인의 식문화 가운데 특이한 것은 큰 호수나 강물에선 고기를 잡지만 정작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는 잘 먹지 않는다.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라마교에서는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