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역에서 주한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대표적인 곳이 의정부시 금오동 일대. 지난 1953년 캠프 카일과 캠프 시어스가 이곳에 주둔했고 캠프 시어스에는 유류저장고가 설치돼 40여년동안 관리중이다.

유류저장고로 인한 주변 주민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토양은 물론 지하수까지 기름으로 범벅이 됐기 때문이다.
금오동 신촌부락에서 나고 자란 박모(70)씨는 “처음 유류저장고가 생겼을 때에는 주민들이 기름을 몰래 빼내 팔기도 했다”며 “당시 부대옆에 하천이 있었는데 비만 오면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기름내가 진동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997년 기지 주변 20여 가구가 사용하던 지하수에서 심한 기름냄새가 나는 소동이 발생한뒤 주민들의 반발로 상수도 시설이 설치됐다. 그러나 '눈가리고 아웅식' 해결인지라 지하수 오염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 2003년 또다시 지하수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 김모(77·의정부시 금오동)씨는 “당시에는 정수기를 설치해도 필터가 기름냄새를 제대로 거르지 못해 물을 먹을 수가 없었다”며 “양치질은 커녕 빨래조차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미군 유류저장고는 지난 1992년 국방부로 이전됐고 현재는 민간기업이 하청을 받아 운영중이다. 또 기름띠 범벅이던 기지 옆 하천도 금오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해 복개되면서 사실상 캠프 시어스 유류저장고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문제도 함께 '복개'됐다.
문제는 이처럼 수면아래서 잠자고 있는 미군기지 환경문제가 경기북부지역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 회의실에서는 환경부와 국방부, 외교부 그리고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환미군기지 환경정책 개선 간담회'가 열렸다. 극비리에 진행된 이날 회의 핵심현안은 바로 반환됐거나 반환을 앞두고 폐쇄된 기지들의 환경오염 실태.
이번에 논의된 기지들은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환경오염조사가 진행중인 곳으로 캠프 그리브스 등 파주 7곳을 비롯해 의정부 캠프 홀링워터 등 경기북부지역 8곳이 주된 대상이다.

조사단은 이들 미군기지에서 적게는 11개 지점, 많게는 1천744개 지점에서 토양과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현재 분석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지기는 대부분의 기지에서 심각한 환경오염 실태가 확인됐으나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조사단 역시 “파주지역의 경우 토양과 지하수 오염 정도가 국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경기준을 모두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어 이들 기지내 환경오염 정도가 심각한 수준임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