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현대화사업을 마친 용현시장. 젊은 부부가 깔끔하게 새단장한 시장에서 떡을 고르고 있다. /임순석·sseok@kyeongin.com
 '재래시장 활성화, 이제부터 시작이다'.
 22일 오후 인천시 남구 용현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용현시장.

 2~3층짜리 건물 사이에 '용현시장'이란 커다란 간판이 달려 있었다. 시장통로에 아케이드를 통해 화사한 햇살이 상점안까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상점마다 같은 규격의 간판이 붙어 단정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젊은 부부가 편안한 옷차림으로 열심히 가격을 흥정하며 찬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대략 7~8평 정도 돼 보이는 상점에 서서 점심을 먹는 상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상점가협동조합 사무실도 크게 달라졌다. 방범용 CCTV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 이번에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장 곳곳에 CCTV 16대를 달았다. 야간에 1명의 직원이 CCTV 모니터를 보며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나머지 근무조는 시장 내부를 돌며 도난사건을 방지한다. 현대식 화장실 2곳과 400여평 규모의 공영주차장도 달라진 점이다.

용현시장은 '만물상'이다. 옷·고기·꽃·그릇·빵·생선 등 여러가지 물건들이 손님들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고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품목은 없어도 없는 게 없다. 최근에는 먹자골목인 일명 '순대골목'도 형성됐다.
용현시장은 지난 1960년대 수봉산 일대에 이주촌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졌다. 올해로 42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설립 허가를 받은 것은 지난 1963년 5월. 당시 상점과 노점들이 '한일극장'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상권이 형성됐다고 한다. 용현시장은 당시 이 일대에서 유일한 쇼핑공간으로 매출도 엄청났다. 수인선 열차가 송도까지 운행 중일 때에는 안산시와 남동구 만수동 등지에서도 장을 보러 왔다고 한다.

상점가협동조합 관계자는 “손님들이 붐벼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며 “물건 값이 싸기로 유명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400여개(종사자수·1천여명) 점포들이 이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용현시장은 지난 2003년 현대화사업 계획을 세운 뒤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공사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으며 모두 4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현대화사업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부 건물주들이 현대화사업을 반대하는 데다, 상인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일부 상인들이 도로확장 및 노점상 유도구역 축소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사를 빨리 끝내 달라는 등 각종 민원들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상점가협동조합은 사업설명회를 수차례 개최한 끝에 상인들을 겨우 설득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고 한다. 현대화사업이 완료된다고 해서 손님들이 시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상점가협동조합에게는 '손님끌기'라는 숙제가 던져졌다.

상점가협동조합은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경품 등 다채로운 이벤트행사를 마련해 손님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홍보인쇄물 제작도 업체에 의뢰해 놓은 상태다.
손님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선 주차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상점가협동조합은 '무료주차권 발급'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공영주차장은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고 있어 손님들이 주차비를 내야하는 실정.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30분 무료주차권'을 줘 고객들의 부담을 줄이고, 매출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상점가협동조합은 공영주차장의 이용료를 30분당 600원에서 400원으로 내려달라고 시에 건의해 놓은 상태다.
상점가협동조합은 600평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추가로 만들고 구에서 매입한 120평 부지에 어린이놀이터 등 고객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상인들의 경영마인드 변화도 현대화사업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변화하고 있는 유통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주고 대형 할인점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하기 때문. 상점가협동조합은 교육·견학 등을 통해 상인들의 경영마인드를 혁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