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북부지역 곳곳에 산재한 미군사격장은 시도 때도 없는 폭발음으로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있지만 주민들이 바라는 이전은 커녕 오히려 규모가 커지고 있다. 큰 사진은 주민들이 '동네 오른쪽 야산에 있는 미군사격장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소연
[미군철수특별기획Ⅱ-떠나는자, 남는자]

8. 이전대상 소외 포천 영평사격장

“동양 최고의 사격장이라니까, 아마 통일후에도 남을 걸….”
의정부와 파주, 동두천 등 경기북부 지역의 상당수 주한미군 기지와 훈련장이 단계적으로 폐쇄, 반환되면서 이들 지역의 각종 피해복구와 주민보상 등을 놓고 한·미간, 정부·지자체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을 부럽게만 보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반환대상이 아닌 채 남아있게 된 대규모 미군훈련장 인근 주민들이다.

특히 일명 '로드리게스'라고 불리는 포천 영평사격장 주변 영중면, 창수면, 영북면 일대 주민들에게 '미군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다. 주민들은 영평훈련장의 규모를 127만평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훈련장 범위는 390만평에 이르고 있다. 훈련장 내 야산 곳곳에서는 헬기사격장 등 30여가지의 각종 훈련시설이 파헤쳐진 채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군의 훈련이 한번 시작되면 보통 새벽 1시, 2시가 돼야 끝이 난다. 말이 새벽 한두시지 도시도 아닌 농촌지역에서 한밤중까지 울려대는 사격소리는 그야말로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어놨다. 사격훈련 종류도 탱크에서부터 헬기, 155㎜ 야포, 박격포, 소총까지 그야말로 핵폭탄 빼고 전장에서 쓰이는 모든 무기가 이곳에서 쓰여진다. 이러한 상황이 사격장 개설(1953년) 이후 50여년간 계속되다 보니 소와 돼지들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유산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사람들마저 심각한 노이로제증상을 호소할 정도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주민들은 훈련장 주변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먹지 않기 시작했다. '훈련때 쓰인 각종 포탄에 의해 오염됐다'는 소문이 사람들의 입을 타면서부터다. 2~3년전부터는 나물을 캐는 주민들을 위해 훈련장을 개방했지만 이제는 문을 열어도 주민들이 가지않는다. '거기서 나는 나물을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 동네 사람들 중에 유달리 중풍환자가 많이 발생한 점도 사람들의 불신을 부채질했다.

50여년간의 피해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매달 2~3차례씩 오발탄이 민가로 날아와 주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또 비가 조금이라도 올라치면 훈련장에서 내려닥친 토사가 마을 하수관을 막아 주택들이 침수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4~5년간 진정서를 만들고 시위까지 벌이면서 폐쇄가 안된다면 피해라도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포천시나 경기도 모두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영평사격장의 처리문제다. 지난해 대규모 미군기지·훈련장 반환일정이 발표됐을때 주민들은 한가닥 기대를 걸었지만 영평사격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말 주한미군측은 영평 등 일부 훈련장을 반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 주민들을 절망케 했다. 이는 곧 영평사격장의 활용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것으로 주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주민 최운성(55)씨는 지난 8월12일 완전 폐쇄된 화성 매향리 사격장에 대해 “매향리사격장은 사격장도 아니다”라며 “미군이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훈련장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과연 이곳이 없어지겠냐”고 반문했다.

최씨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피해감소를 위한 대책마련을 시와 도, 미군측에 요구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요, 개미가 태산을 옮기는 것”이라며 “차라리 훈련하는 것을 가로막고 악다구니라도 하면 단 몇시간은 멈춘다”고 말했다.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