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빌레트공원의 점적인 요소인 폴리. 전체 부지에 120m 간격으로 세워져 있어 이정표의 역활도 하고 있다. 25개의 폴리는 그 모양과 형태가 기하학적이면서도 서로 같은 것이 없어 눈길을 끈다.
[10·끝] 라 빌레트 공원

프랑스가 자존심을 내걸고 21세기를 위한 도시공원을 목표로 세운 실험적 공원이 라 빌레트 공원(La Parc de la Villette)이다. 파리 동북부 구(舊) 도축장과 운하가 있었던 곳에 들어선 라 빌레트 공원은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상을 집약해 놓은 과학단지이자 3차원 동선으로 계획된 움직임이 살아 있는 현대공원이다.

1982년 프랑소와 미테랑 대통령에 의해 추진된 그랑 프로제(Grand Project)의 하나로 국제현상공모에 의해 1983년 3월 스위스계 프랑스 건축가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가 선정돼 설계를 담당하게 됐다. 무명의 건축가가 당선되자 프랑스 건축계는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착공한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미국계 중국인 건축가 아이오밍 페이 선정때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유리 피라미드와 같이 단일 건축물도 아닌 도심 속의 도시공원과 국립과학기술산업미술관, 음악도시, 대규모 홀, 록음악공연장 등 복합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전체 면적 10만5천평의 작은 도시인 라 빌레트 공원을 그리 잘 알려지지도 않은 39세의 외국계 젊은 건축가에게 맡긴다는 것이 프랑스 건축계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츄미의 라 빌레트 공원 구상은 예술적, 문화적, 대중적 공간이라는 3대 원칙을 충족시키면서 과거와 미래, 파리시와 교외, 도시와 자연, 예술과 과학, 정신과 육체가 조화롭게 교감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츄미는 이를 위해 점(點)·선(線)·면(面)적 세가지 요소를 각각 자유로운 시스템으로 표출, 이를 부지 위에 합치시켰다. 자율한 세 시스템의 몽타주는 공원 내에 예기치 못한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 냈다.

#공원 디자인 구성
■점(點)=점적요소인 폴리(Follies)는 강렬한 빨강색 상자로서 전체 부지에서 120m 간격으로 배치돼 있다. 폴리는 3층 높이의 10.8m 정육면체로 중성적 공간상태를 구성한다. 전체 25개인 폴리는 다양한 기능(피아노 연주, 바, 전망대, 록카페, 화장실, 매표소 등)에 따라 그 형태가 모두 다르다. 공원내 인공운하를 따라 점을 찍듯이 배치된 폴리는 현대 건축인 해체주의적 양식을 태동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폴리를 이 처럼 점적 요소로 반복적으로 배치시킴으로써 영국의 공중전화 부스나 파리의 매트로 지하철 게이트처럼 강한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갖게 하고, 열악한 대지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방향감을 갖게 한다. 각각의 폴리를 찾아 형태의 유희를 맛보는 것과 각 기능을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선(線)=공원내 보행자들의 이동은 조합축이나 지붕을 씌운 수직 갤러리, 연속적으로 늘어세운 공원의 여러 부분들과 연결돼 있는 시네마 같은 구불구불한 산책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람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유도하기 위해 구성된 폴리는 음악도시, 레스토랑, 목욕탕, 과학전시, 어린이 놀이터, 비디오 워크숍, 스포츠 센터 등과 같이 다양한 행위들을 수용한다. 선의 체계는 회로와 같은 형태로 치밀하게 계획돼 이 공원의 여러 가지 부분들을 연결하고 있는 주제공원의 통로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통로는 다양한 장소에서 그리드 축과 교차됨으로써 인위적으로 다듬어지고 '프로그램'된 자연속에서 표출되는 의외의 국면들과 부딪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면(面)=공원내 여러 가지 면적인 요소들은 각각의 프로그램상의 요구 조건들(포장도로, 잔디, 스포츠 등)에 부합되도록 나름의 텍스처를 갖는다. 면적인 요소들은 놀이, 게임, 신체단련, 대중의 여흥, 시장 등을 위해 수평적인 공간을 크게 확장시켜 그와 관련된 모든 행위들을 수용한다. 각 면은 프로그램에 입각해 결정되어 있다. 소위 잉여 면적들은 파리인들에게 친숙한 공원 조성재인 흙과 자갈을 촘촘하게 깔아 놓았다.

#공원내 다양한 시설
■국립과학기술산업 박물관=공원을 관통하고 있는 운하 위쪽에 위치하고 있는 길이 250m, 폭 120m의 과거 도살장 건물. 1986년 3월부터 대규모의 과학시설을 설치함으로써 과학 산업관이 됐다. 이 박물관은 세가지 아이디어로 구성돼 있다. 첫째, 건물주위를 에워싸는 수로형식으로 막대한 물을 확보하고, 우주와 생명을 연결 짓는 콘셉트로 구성돼 있다. 둘째, 박물관 내부에 3개의 대형온실을 설치해 식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빛의 도입으로 지름 17m 대형 돔을 통해 자연채광을 내부에 끌어들였다. 박물관은 과학과 산업이 가져올 미래의 환상적 상황을 연출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고 있다.

■제오드(Geode)=국립과학기술산업 박물관 전면에 있는 하얀 유리구슬과도 같은 제오드는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세계 최대의 반구형 홀로서, 라 빌레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로서 번영을 상징하고 있다. 연못 위에 그 형상이 투영되는 효과로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광택성 금속 패널로 구의 순수한 조형을 표현하고 있다. 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