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뿐 아니라 음력을 사용하는 한자권의 국가들은 음력 정월 초하루를 '진짜 신년’으로 여기며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중국,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이 그러한 예. 음력설을 맞이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풍습과 표정을 살펴보자.

▲중국=중국 최대의 전통 명절은 우리의 설과 같은 춘제(春節)다. 춘제를 맞이하는 중국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춘제가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거리와 상점은 설빔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며,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귀향하므로 열차를 이용하려는 승객들로 역 주변이 무척이나 붐빈다.

중국 최대의 명절답게 많은 회사가 춘제가 포함된 1주일 정도를 휴업하며 대학의 겨울 방학도 춘제에 맞춰 1주일 전에 시작된다. 전통적으로 춘제전에는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몸과 마음도 청결하게 하며 정월 초하루부터 4∼5일 동안 먹을 만큼의 음식을 미리 장만한다. 그러면 음력 1월 1일 아침에는 무엇을 먹을까. 새해를 맞이하는 아침, 북방지역에서는 주로 만두(饅頭)를 먹고, 남방에서는 니엔까오(年桀), 탕위엔(湯圓)을 먹는다. 니엔까오는 동그랗게 썰어놓은 흰 가래떡을 간장소스와 야채 등을 넣고 볶은 요리이며, 탕위엔은 설탕물을 끓여 잘게 썰어둔 과일과 팥앙금이 든 찹쌀떡을 넣어 매우 달게 끓인 요리다.

한편 중국에서는 새해가 되면 대문에는 복(福)자가 쓰여진 그림을 붙이는데, 대부분의 집에서 복자를 거꾸로 붙여 둔다. 거꾸로 된 복은 '倒福(따오 푸)'라고 발음하며 이 발음은 '복이 왔다'라는 뜻의 '到福'(역시 따오 푸)와 발음이 같고 성조만 조금 다르다. 그래서 복자를 거꾸로 붙임으로써 복이 많이 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대만=중국과 마찬가지로 음력 정월 초하루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축제 일이다. 대만인들은 새해 첫날에 설빔을 갖추며 집안 청소를 깨끗이하고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또 가족과 친척들에게 빨간 봉투에 넣은 세뱃돈을 준다. 설날 전날은 밤새도록 폭죽을 터트리는데, 그 폭죽 소리는 며칠간 계속 들린다. 설날연휴는 때때로 1주일 동안 계속 되지만, 원래는 설날 전일과 그 이후 3일만이 공식적인 휴일이다. 설날 이후 음력 1월 5~8일 사이에 사람들은 일터로 다시 나가야 하지만 연휴축제 분위기는 정월보름의 등불축제까지 계속된다.

▲베트남=베트남에서는 음력설 전날 자정에 약 15분간 불꽃놀이를 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이 불꽃놀이가 끝나면 '축몽남므이(새해를 축하한다)'라하며 서로 인사를 나눈다.
설날 아침에는 보통 8시에 모든 가족이 한자리 모여 식사하며 새해 인사를 하는데 이때 연장자 순서대로 인사를 받으며 빨간색의 돈 봉투를 하나씩 준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모여 카드놀이를 한다. 이것이 베트남 도시민의 풍속이다. 구정 휴가는 회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5일 이상이며 구정때의 이동 수단은 우리와 비슷하나 가까운 거리(300㎞ 이내)는 오토바이로 많이 간다.

▲싱가포르=싱가포르는 여러 민족이 어우러져 있는, 소위 말하는 '멜팅 팟(melting pot)’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나라다. 역사적으로 싱가포르는 수많은 이민자들과 상인들이 모여들어 지금에 이른 나라이다. 수년간 민족 간의 결합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민족 그룹이 고유한 문화 정체성을 지키며 살고 있어 다양한 문화와 음식이 공유되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싱가포르는 신년을 맞이하는 모습에 있어서도 민족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신년명절이 음력 1월 1일, 차이니스 뉴 이어(Chinese New Year)다. 차이니스 뉴 이어는 춘제(春節)라고 불리는 중국의 설과도 같은데, 싱가포르 전 국민의 80% 가까이가 중국계란 점을 미루어 볼 때 싱가포르의 가장 큰 명절이 될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사람들은 춘제를 맞이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이 돌아갈 때 2개 또는 짝수로 만다린 오렌지를 주는데, 이는 오렌지를 말하는 '금'의 발음이 광둥어로 '금(金)’과 발음이 같아 재물의 번영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춘제를 보내는 싱가포르인의 모습 중에서 특이한 것은 춘제를 맞아 즐겨먹는 음식에 있다. 싱가포르사람들은 날음식을 대체로 먹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춘제때 싱가포르의 유일한 날음식인 '위쌍(魚生)’을 먹는다. 위쌍은 밤색떡과 함께 먹는 신년음식으로 싱가포르인들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 음식이다. 위쌍은 날생선에 각종 야채를 섞은 요리로, 사람들이 위쌍을 먹고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며 새해를 맞이한다.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