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마늘과 콩밭이 타들어가도 말을 못해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던 노
인에게 종이에 써가며 지원을 약속한 후 그 약속을 지킨 부대 장병들이 있
다.
 가뭄이 계속된 지난 16일 대민지원이 필요한 농가를 물색하던 육군 불무
리 비호부대 이종국 주임원사는 양주군 광적면 석우리 소재 밭에서 땡볕에
거들어 주는 이 하나없이 혼자서 밭일을 하는 최기환(68) 할아버지를 발견
했다.
 이 원사는 안쓰런 마음에 도와드릴 길을 찾기위해 다가가 말을 걸었으나
할아버지는 묵묵부답이 없었다.
 지난 99년 식도암 수술이후 할아버지는 말을 못하게 된 것.
 이에 이 원사는 가지고 있던 수첩종이에 써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다음날 지원을 약속했다.
 약속대로 다음날인 17일 이 원사는 40여명의 병력과 물탱크를 동원해 오
랜 가뭄끝에 메말라 비틀어진 이 노인의 마늘과 콩밭에 물주기 작업을 지원
했다.
 할머니와 단둘이 농사를 지어 온 최 노인은 1천여평의 마늘과 콩밭 일을
노령에도 불구, 형편상 사람을 사서 하기도 곤란해 그동안 혼자서 돌봐온
것.
 “지원을 받게 되면 새참이라도 내놓아야 될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하
고 있었다”는 최 노인은 “장병들이 점심도 직접 가져 오고 음료수 제공
도 극구 사양하면서 제 일처럼 도와 줘 너무나 고맙다”며 종이에 글로 적
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러한 무언의 약속이행에 하늘도 감동한 듯 이날 저녁부터 단비가 내리
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