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것을 기뻐해 꽃샘 추위에 꽃이 얼어 붙을것을 외면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참봉사자라 할수없어, 진실된 봉사는 꽃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하지.”
부처님의 자비를 몸소 실천하기위해 지난 6일 평택시 문예회관에 노인 2천여명을 초청, 경로위안잔치를 열어준 법우(평택시 불교연합회장·용호사 주지)스님을 어렵사리 만나봤다.
언론에 오르는것을 극히 꺼린다는 정보(?)를 입수, 지난 10일 수년간의 지병으로 평택 성세병원에서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있는 법우 스님을 불쑥 찾아가 카메라를 들이댔다.
예상대로 스님은 “카메라와 수첩들고 왜 이리 설쳐, 난 언론에 오를 만한 사람이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쳤다. “스님, 봉사의 지혜를 얻기 위해 찾아온 중생을 내치시렵니까.”
미리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사용했다. 작고 왜소한 스님은 “그래, 봉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자 그거지, 좋아 힘이 나는데.” 신장 투석실에서 스님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스님은 “봉사란 불가에서 자비를 뜻하지, 자비는 '내게 돌아올 것을 생각지 않고 무조건 베푸는것,을 말하는 거야. 자신에게 돌아올 행복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지.”
“참봉사를 하기 위해선 우선 모든 생명을 사랑해야하지, 사랑이 없는 봉사는 빈 껍데기 일 뿐이야, 풀이 잘 자랄수 있도록 주변 돌들을 치우는 것도 봉사라고 할수있지.”
스님은 현재 방광암으로 대 수술을 13차례나 받고, 매주 2차례씩 신장 투석 치료를 받고있다. “몸도 성치 않으신데, 전국을 다니시면서 봉사활동을 하는것은 무리일텐데요?”
“방광암 선고를 받은 날 잠을 자는데 어디선가 '영전을 만들어도 안되고, 가서 만들어도 안되고, 만들어 놓고 죽어서도 안된다'는 소리가 들려 너무 놀라 깼지.”
“내 보살필 중생들이 많은것을 부처님께서 알아주시고, 다시 내게 힘과 용기를 주시는구나 생각했지.” 그때부터 법우 스님은 더 많은 봉사 및 교화활동에 적극 나선다.
수원구치소 종교위원이기도 한 스님은 평택구치소 죄수들 사이에서 '큰 형님'이라 불릴 만큼 교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장병위문, 노인무료급식 등을 아직도 직접 챙긴다.
“그 많은 봉사 다 하시려면 바쁘실텐데 승용차는 있으세요.” 스님의 말씀이 걸쭉하다 “스님이 무얼 바쁜게 있다고, 스님마저 승용차 타고 다니면 욕해.” 스님은 철저하게 무소유를 실천한다.
“아니 그런데 기자양반, 부모님에게 효도는 하는거야.”, “죄송합니다. 바빠서 그만.” 군색한 변명에 스님은 “부모님을 잘모시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것”이라고 말했다.
“불제자들에게 항상 말하지, 종교도 좋지만 부모님에게 효도하는것 만큼 아름다운것은 없다”고 “부모를 부처님, 하느님같이 사랑해야 돼.” 스님의 가르침에 고개를 떨구었다.
스님은 “참봉사란 못을 쥔 왼손에 망치가 떨어져도, 또 왼손에 못을 잡 듯, 꾸준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하는거야. 힘 없고 소외받는 이들을 모른척 하는것은 큰 죄악이야.”
사진 찍는것이 싫다는 스님을 번개치 듯 촬영한 뒤 “네 놈 꾐에 넘어갔다”며 소리치며 웃으시는 스님을 뒤로하고 병원문을 나서면서 부끄러움과 감동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자신에게는 너그러우면서 불쌍한 이들에겐 인색했던 부끄러움과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눈과 귀, 머리로 전달돼 몸 안 구석구석을 휘젓는 찌릿 찌릿한 감동은 한동안 계속됐다.
한편 지난 6일 부처님의 자비를 실처하기위해 마련된 경로위안잔치는 자비사, 정토사, 명법사, 법장사, 용호사, 도원사, 혜원사, 안중포교원, 봉화사 등이 힘을 합쳐 성대하게 치러냈다.
법우 평택불교연합회장 인터뷰
입력 200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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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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