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공장과 매장이 밀집되어 있는 남양주시 마석의 성생공단. 이곳에는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15개국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단입구에서 100m만 들어가면 언덕위에 조그마한 창고같은 교회옆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쉼터 샬롬의 집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이정호(46·성공회)신부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의료공제를 상담하고 이들의 체육대회를 준비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지난 90년대부터 마석의 가구공단내 성공회교회의 주임신부를 맡고있는 이 신부가 처음 부임했을때 이곳은 한센병환자(음성나환자)의 집단 정착촌이었지만 70년대 후반부터 가구공장이 생겨나면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들게 됐다.
공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면서 지난 시절 형님이 미국 LA에서 불법체류하던 시절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이 신부는 원주민들과 교회 신도들에게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을때 설움만 받아온 원주민들이 낯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기꺼이 헌금을 냈고 그 성금으로 교회옆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샬롬의 집을 짓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곳 샬롬의 집에서는 남양주시 관내에 근무하는 불법체류외국인 노동자 5천여명의 노동, 임금체불, 산재와 같은 궂은 일을 도 맡아 상담을 하고 각 나라별 공동체 중심으로 마련되는 체육대회, 야유회, 한국문화체험, 나라별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열악한 작업환경에 따른 재해와 병이 들어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의료보험과 같은 의료공제회를 운영하고, 연세대학교 의대와 치대 재학생과 동문으로 구성된 의청동아리의 도움을 받아 격주로 무료진료도 펴고 있다.
“지난 90년 처음으로 주임신부를 맡아 부임했을때 후유증을 앓고 있던 원주민들은 제가 사제(司祭)라는 이유로 음식을 따로 줬습니다. 그러면 제가 한 그릇에 냅다 음식을 섞은 뒤 게걸스럽게 먹어치웠어요. 주민들과 술마시는 자리에서는 같이 잔을 돌리면서 정이 들었고 마음의 문을 열면서 이들과 지금은 형제 자매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남양주시 관내에서 근무하는 5천명의 불법외국인 근로자들은 100명중 1명이 산업재해, 50명중 1명이 임금체불, 20명중 1명이 각종 질병으로 시달리고 있으며 12명중 1명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며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법적인 체류 자격을 줄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체류하는 동안이라도 마음편하게 살 수 있어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이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요즘 이 신부는 샬롬의 집 옆에 무의탁노인 60여명이 기거할 방과 탁아방 목욕탕 납골당 교육실 치료실 게이트볼장 등을 갖춘 샬롬의 집을 또 하나 지으려고 한다. 특히 죽은 이를 위한 냉동시설도 포함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병원 영안실에 보관하면 하루 3만5천원씩 들어 외국인 노동자의 가족이 찾으러 올때면 비용이 부담된다는 현장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지은 교회는 빨간 벽돌에 아치형이 아니다. 물류창고처럼 생긴 교회에는 예배실안에 납골당도 만들어 놓았다. 중요한 것은 교회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랑이 있고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에 있다고 말하는 이 신부는 요즘 샬롬의 집에 들어설 복지관을 남양주복지관이라 명명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문화와 교육 여가생활 복지사업 의료위생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경기도와 남양주시에 현재 신축예산을 신청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방인삶 사회품으로 끌어안는 이정호 신부
입력 2003-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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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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