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공무원 가운데 '서동일'(36·동부동사무소 7급)이라는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직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무슨 걸출한 재주가 있어 명성을 날린 적도 없는 이 동사무소 직원이 불과 1~2년새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사연은 아주 평범하면서도 특이하다.

전자결재나 업무연락 등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행정전자문서 시스템(일명 핸디 오피스)은 공무원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 기능이면서도 골치아픈 격무의 상징이 돼버린 것이 사실.

하지만 이 '골칫덩어리'를 이용해 용인 공직사회에 신선한 청량제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서씨의 몫이다.

서씨가 용인시 핸디 오피스의 열린광장 코너에 올리는 동영상과 사진은 이미 수백명의 '골수 팬'을 확보할 만큼 인기다. 지금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전직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이용한 '엽기 DJ 시리즈'가 시청 직원들에게 처음으로 전파된 것도 서씨 때문이고 수천명이 함께 등장하는 누드사진, 곰과 낚시꾼이 권투대결을 벌이는 동영상 등도 서씨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그가 딱딱한 전자행정시스템에 이 같은 휴식공간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이 메일을 통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업무연락을 하면서 장난삼아 보낸 동영상이 큰 호응을 얻게되고, “이왕이면 여러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작품'을 올려보라”는 권유가 잇따르면서 '대가없는' 수고를 자처하게 된 것.

서씨가 수십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고 특이한 동영상과 사진을 다운받아 저장하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에 달한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80여차례, 한번 올릴때마다 보통 3개씩이 소개되는 걸 감안하면 200개가 넘은 작품이 시청 공무원들에게 전해졌고, 뜸하다 싶으면 성화가 빗발치기 일쑤여서 일직근무때는 5~6시간씩 컴퓨터에 매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식적인 코너인만큼 내용을 선별하는데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간혹 '야하다' 싶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릴 때도 있지만, 모두 인정받은 '예술 작품'들이어서 외설 시비가 붙은 적은 없다. 동영상의 상영시간도 통상 30여초를 넘기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근무시간을 빼앗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심심풀이로 열어보고, 잠시 웃으며 피로를 풀 수 있는 작품들을 고릅니다. 동료 공무원들로부터 '왜 요즘은 뜸하냐'는 질책을 자주 받는 걸 보면, 제가 하는 일도 영 헛수고만은 아닌 것 같아 보람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서씨의 대답은 짧고도 간단했다. 격무 중에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