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들 사이에선 '더 이상 한우를 키우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푸념이 나온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고가 배합사료가 아닌 값싼 발효사료를 만들어 10여년째 최고급 육질의 한우를 생산하는 농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인천시 서구 대곡동 별빛농장에서 한우 50여 마리를 사육하는 정해동(40)씨.
정씨가 저가 발효사료 생산에 뛰어든 것은 지난 97년 5월께. 축산 농가에서 배합 사료비가 전체 사육비의 60%를 넘는 상황에서 사료비의 절감없이는 축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바로 발효 사료생산에 들어갔다. 농장에 3.2t 용량의 발효기와 2.4t 용량의 배합기를 구입해 설치한 것도 바로 그 때다. 온 국민을 힘들게 했던 IMF 직전이었다. 그는 농장 인근 식품회사와 정미소 등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빵이나 면류, 어묵 등과 사료로는 불가능한 왕겨, 톱밥 등을 수집해 미생물을 넣고 발효시켜 사료를 만들었고 배합사료 대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곳에서 생산한 사료는 자신의 농장 한우는 물론 김포 통진, 대곶지역 300여 마리의 한우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발효사료의 생산단가는 ㎏당 150원 이하로 볏집(220원)보다도 싸고 일반 배합 사료비 절반 밖에 들지 않습니다. 현재 9천500원선인 한우의 생육가격이 2천200원까지 떨어져도 경쟁력이 있지요.”
그는 배합 사료 원료가 전량 수입에 의존해 환율에 따라 배합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발효사료 생산은 곧바로 한우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산한 발효 사료의 장점은 사육비 절감은 물론 한우 육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발효사료는 돼지보다 '반추 동물'인 소에게 적합한 사료로 육질이 좋아 1등급 이상 출현율이 90% 이상 나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정씨 소유 한우의 지육(도살)가격은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당 1만8천원으로 다른 소 1만5천원보다 3천원이나 더 받았다.
한우 사육에 대한 '노하우'가 축산농가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별빛농장에는 현재 국내·외 축산인들의 견학이 쇄도하고 있다. 또 정씨는 농협이나 성균관대, 서울대 등지에서의 강의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관할 구청인 인천시 서구는 최근 그를 농업분야 신지식인으로 행정자치부에 추천한 상태다.
“군 제대후 큰 형이 사는 인천에 정착해 한우와 동고동락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급육 브랜드 '미추홀' 한우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별빛 농장을 미래의 희망과 땅의 가치가 있는 농장으로 만드는 게 제꿈입니다.” 정씨는 건강이 안좋은 부인과 함께 불우한 친척까지 보살피는 등 첨단 농업기법을 전수하는 농업 경영인이자 가슴이 따뜻한 젊은 이로 주위에 알려져 있다. 문의:(032)562-0620
[토요화제] '발효사료개발' 별빛농장 정해동씨
입력 2003-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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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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