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도 외국인 여성이 국제결혼을 통해 많이 입국했지만 결혼할 남편에 대한 선택권도 없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라도 외국인 피해 여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입니다.”
오는 3월 전국 최초로 인천에 문을 열 예정인 인천여성의전화 부설 '이주 여성 쉼터'(가칭) 성미경(43) 소장의 말이다. 성 소장은 요즘 낯선 이국땅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준비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그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외국 여성 대부분은 중국, 동남아 등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며 “가부장적 성향이 강한 한국 남성들이 외국인 아내와의 문화적 갈등을 폭력으로 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말 현재 배우자 자격으로 등록된 국내 외국인 수는 3만4천700명. 이 중 대다수가 여성들이며 결혼을 목적으로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에서 온 아시아계 여성들이다.
인천지역에는 외국인 거주자 가운데 여성이 8천400명으로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은 특히 공단지역이 많고 유흥업소가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어 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외국 여성의 유흥업소 불법취업 등이 지역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여성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국적법상 국제결혼의 경우 한국에서 2년 이상 머물러야 귀화 신청 자격이 생기는 점을 한국 남성들이 악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로 인해 외국 여성들은 가정불화나 남편의 폭력, 성폭력 등에 쉽게 노출되지만 이들을 지원할 기관이 없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그동안 대책 마련에 부심해오다 지난해 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복권기금 지원사업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로또 복권'의 판매 수익금 가운데 일부로 만들어진 기금을 지원했고 건물 임대료와 1년치 운영비를 받아 이주 여성 쉼터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천여성의전화는 다음달 말까지 부평에 쉼터로 쓸 건물을 얻고 통역과 상담을 도울 자원봉사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곳을 찾는 외국 여성들에게 기본적인 상담은 물론 법률구조와 의료서비스, 한국어 교육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국제결혼 중매업체에 대해 철저히 관리해 줄 것과 외국인 여성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운동도 계속 벌여나가기로 했다.
성 소장은 “동북아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못지 않게 우리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나라' '따뜻한 사람들'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이주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인천여성의전화:(032)527-0090
[토요화제] 전국 최초로 문여는 이주여성쉼터
입력 2004-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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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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