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내 노동자들이 '은혜'라는 명목아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기독교 노동조합이 설립된다. 인천지역 일부 교회 계약직원들은 지난 14일 인천계양구에 지역노조인 '기독교회노동조합'설립 신고서를 냈다. 지역노조는 신고만으로 효력을 갖는다. 아직도 '노조는 빨갱이'라는 식의 색깔론이 판치고 있는 보수적인 한국교회 현실에서 하나의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노조설립을 주도한 사람은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경인교회 담임목사인 이길원(李吉遠·49)씨. 이 목사는 집사와 전도사, 부목사를 포함해 교회 관련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누구나 교회내 노동자라고 정의하며 이들이 종교라는 이름아래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부장적, 봉건적인 교회 분위기속에서 국가가 정한 최소한의 근로기준인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고용불안과 비인간적 대우,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내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불안속에서 새벽기도와 철야기도, 부흥회 등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종교인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충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감수하고 살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가는 월차휴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의해 당연히 보장되어 있는 월차휴가를 쓰는 교회내 노동자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이 목사는 지난 3월 기독교회노조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홈페이지(www.gdnojo.org)를 개설하며 본격적인 기독교노조 만들기에 들어갔다. 준비위는 이달 안으로 서울과 부천에도 지역노조 형태의 기독교회노조를 세우고 궁극적으로는 산별노조를 만들어 개별 사업장 단위 조합으로 분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목사가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교회법을 공부하던중 교회법이 교회내 노동자들의 권리나 이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깨닫고 노동법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 목사는 기독노조를 통해 근로조건 개선뿐 아니라 대형교회의 셔틀버스 운행을 통한 신도 빼앗기나 목회자 과잉 공급문제 등 기독교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갖가지 현안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고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목사는 절대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담임목사의 힘이 절대적인 대형교회에는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목사는 또 노조가 만들어지면 노조의 견제로 담임목사의 전횡과 교회세습을 타파하는 등 교회개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라는 단어에 대해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는 목사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등 곱지 않은 시선 또한 적지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기독교회노조준비위 홈페이지에는 “교회는 생산현장이 아니다. 그만 하라”, “주님의 섬김과 사명에 힘써야 할 이들이 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이단집단과 다를 바 없다”는 등 반대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 목사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사회는 평등사회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교회가 제일 뒤처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교회에도 평등한 노사관계가 하루속히 정착되어야 합니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연합>